지역사회 통합돌봄 첫 관문은 고령자 구강돌봄 [김현정의 준비된 노후]

김현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

김현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는, 내년에 시행될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현실적으로 잘 준비해야 한다. 거창한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있는 일부터, 현장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부터 실속 있게 하는 것이다. 진정한 통합을 위해서는 '연계-조정-통합' 순서가 필요하지만, 재가(집과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필요한 사람이 서로 연결되는 순간부터 통합은 작동한다. 장소를 중심에 두고 직역이 모이면 현장은 움직인다.

'Living in community'는 고령자가 시설이나 병원에 입소해 관리받는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익숙한 동네에서 계속 머물며 돌봄을 받고, 사회적 관계에 참여하고, 가능한 한 오래 자립을 유지하는 삶의 방식이다. 이것은 '머무를 수 있는 집', '움직일 수 있는 동네', '연결된 사람들'을 하나의 생태계로 보고 주거환경·건강관리·일상지원·사회적 관계·사회복지를 따로 떼지 않고 통합적으로 보장하자는 접근이다.

자료: 구리시보건소 구강보건센터

고령자의 구강은 단순히 치아 문제가 아니다. 씹는 힘은 단백질 섭취로 이어지고, 단백질 섭취는 근육 유지와 낙상 예방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구강이 노쇠하면 흡인성 폐렴의 위험이 급격히 올라간다. 결국 구강관리는 건강관리이자 생명관리다. 통합돌봄의 첫 관문이 입이라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구강돌봄은 전 세계적으로도 어려운 돌봄 중 하나다. 좁은 입 안에는 치아와 치아를 잡아주는 치조골, 자극에 민감한 구강점막, 감염에 취약한 인두와 편도선, 그리고 구강건강의 핵심인 침이 모두 모여 있다.

나이가 들면 팔다리만 약해지는 것이 아니다. 구강 근육도 힘이 빠진다. 발음이 흐려지고, 씹는 힘이 약해지며, 무엇보다 삼킬 때 음식물이나 물이 기도로 잘못 들어가 '사레들리는' 일이 잦아진다. 따라서 치과의사뿐 아니라 재활의학과 전문의,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가 함께하는 방문재활은 나중에 크게 드는 의료비와 돌봄비를 줄일 수 있는 사회적 투자다.

하지만 우리의 제도는 여전히 "치과 진료는 치과에서", "요양은 시설에서", "방문간호는 재가에서"처럼 나뉘어 있다. 어르신의 몸은 하나인데 행정은 셋, 넷으로 갈라져 있는 셈이다. 이대로라면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구호로만 남는다.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돌볼 것인가'가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굴러가지 않으면 통합돌봄 제도는 실제 도움이 되지 못하고, 현장의 혼란만 가중할 수 있다.

해답은 거창하지 않다. 일본의 방문치과 시스템이 보여주듯 첫걸음은 "고령자를 같이 본다"는 약속이다. 치과의사 혼자, 간호사 혼자 해결하겠다는 태도를 버리고 입 안의 염증, 삼킴 곤란, 영양 섭취, 약 복용, 인지 상태, 돌봄 제공자의 부담을 '하나의 문제'로 본다. 다시 말해 '구강건강-영양-삼킴-호흡'을 하나의 루프로 관리하는 팀을 지역에 심는 일이다.

충북 충주시의 의료취약지역 주민 구강관리 서비스. (충주시 제공)

지방자치단체는 통합돌봄을 단순 복지사업이 아니라 지역의 보건·의료·요양·돌봄 인프라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구강 세정, 삼킴 운동, 입 마름 관리, 흡인성 폐렴 예방 교육 같은 새로운 프로그램은 더 이상 '있으면 좋은 추가 서비스'가 아니다. 이는 재정 절감 전략이자 고령자의 자립 전략이다. 스스로 먹고, 말하고, 닦고, 움직여서 가능한 한 오래 집에 머물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비용 효율적인 돌봄이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생각과 태도다.

예를 들어 심폐소생술은 한 사람이 아니라 팀이 환자를 살리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팀플레이 교육은 필수이며, 그 핵심은 8가지 요소로 정리된다. 첫째, 상호존중. 둘째, 명확한 리더십과 역할 분담. 셋째, 명확하고 구체적인 의사전달. 넷째, 지시와 수행을 서로 확인해 오류를 줄이는 폐쇄형 의사소통(closed-loop communication). 다섯째, 자신의 한계를 인지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태도. 여섯째, 틀린 것은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건설적 개입. 일곱째, 지식과 정보를 즉시 공유하는 문화. 여덟째, 중간 점검과 재평가를 반복해 상황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구조다.

돌봄도 이와 같아야 한다. 한 직역이 모든 것을 떠안는 방식이 아니라 한 사람을 한 팀이 본다는 전제를 일상 업무에 심어야 한다.

우리는 흔히 초고령사회를 '부담'과 '문제'로만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동시에 고령 친화 산업을 준비할 절호의 기회다. "누가 마지못해 돌볼 것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어떻게 함께 돌볼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현장에서 쌓인 돌봄의 과정과 결과, 위험 신호와 개선 효과를 표준화된 데이터로 기록하고 디지털화해 새로운 통합돌봄 산업으로 연결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초고령사회를 지탱할 미래 산업이며, 인공지능(AI) 시대에 지역사회 기반 통합돌봄이 만들어 낼 가장 기대되는 변화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opini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