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10분 만에 진단"…국내 연구진 '나노입자 기술' 개발

나노입자 쌓아보니 50만배 민감…시간 100분의1 단축
박준혁 가톨릭의대 의생명과학교실 교수 등 융합연구

나노복합체 초정밀 진단 모식도(가톨릭중앙의료원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은 박준혁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교수(기초의학사업추진단 합성생물학사업단 소속)와 김성지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단 10분 만에 감염이나 염증을 초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초고감도·초고속 항원 검출 기술을 개발해 이 성과를 국제 나노소재 분야 학술지 'ACS Nano'(IF=15.8) 9월호에 게재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양자점 복합체(QDCC)'라는 새 형태의 나노소재를 만들었다. '양자점(Quantum Dot)'은 빛을 받으면 특정 색의 빛을 내는 반도체 나노입자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지만, 특정색의 광발광을 통해 아주 미세한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수십 개의 양자점을 하나의 튼튼한 나노복합체 안에 안정적으로 넣어, 기존보다 강하고 오래 빛나는 입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나노복합체는 기존 동일 연구진에서 발표한 양친매성 고분자(물과 기름 성질을 모두 가진 고분자) 기반의 나노복합체보다 구조적으로 단단하고 빛의 신호도 더 안정적이다. 이는 '층상 자기 조립'이라는 독창적 방식을 적용해, 외부 물질로 인해 신호가 약해지는 현상(형광 소광)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연구팀은 나노입자의 표면 화학 구조를 정밀하게 조절하며, 생체분자(바이오틴, 스트렙타아비딘 등)를 표면에 도입하고 이들과의 상호 결합력을 극대화했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양자점 나노복합체를 'C-반응 단백질(CRP)' 검출에 활용했다. CRP는 우리 몸이 염증 반응을 일으킬 때 급격히 증가하는 단백질로, 감염 여부나 질병의 중증도를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

기존 진단법인 ELISA(효소결합면역검출법)는 정확하지만, 시료 준비와 반응 시간이 길어 4~24시간이 걸린다. 반면 이번 연구 방법은 10분 이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며, 기존 대비 50만 배 이상 민감하게 미량의 항원도 탐지할 수 있다. 소량의 바이러스나 염증 단백질이 존재해도 탐지할 수 있다는 의미로, 감염병 조기진단, 응급의료, 현장진단 등에 큰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이번 기술은 단순히 혈액 검사용 진단에만 그치지 않는다. 연구팀은 면역염색화학법(조직이나 세포에서 특정 단백질을 염색해 관찰하는 기술)과 같은 영상의학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이 방식이 도입되면, 기존 현미경 진단보다 더 적은 양의 표적 생분자들을 빠르고 또렷하게 정밀하게 표지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준혁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교수(왼쪽)와 김성지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교수.(가톨릭중앙의료원 제공)

또 이 기술은 생체신호를 감지하는 바이오센서 분야와도 연계가 가능하다. 특히 감염병이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현장에서 바로 진단할 수 있는 휴대용 진단 장비로의 응용 가능성도 높다. 이번 연구는 의과학과 나노소재 기술의 융합 연구로, 의생명 지식과 나노공학적 설계를 접목해 진단의 속도와 민감도라는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해결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아울러 이번 연구는 의료원 사업단을 중심으로 국가의 각종 연구사업 지원을 받았다. 박준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반도체 나노입자 기반의 안정적인 나노복합체 합성법과, 이를 이용한 초고속 · 초고감도 진단 기법을 개발함으로써 다양한 항원 및 검출 환경에 대한 폭넓은 적용이 가능한 새로운 검출법으로의 활용 가능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