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 백신 우선순위 연구 무색…질병청, 최하위 과제 먼저 추진"
[국감 브리핑] 질병청 연구 결과 '12세 여아 9가 전환' 최우선으로 꼽혀
-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질병관리청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국가예방접종 도입 우선순위를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하고도 실제 정책 추진에서는 연구 결과와 현장의 접종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가예방접종 도입 우선순위 설정 및 중장기 계획 수립'(2023) 연구결과에 따르면, HPV 백신 관련 전체 15개 도입안 중 '12세 여아 9가 백신 전환'은 3순위, '12세 여아·남아 동시 9가 도입'은 6순위, '12세 남아 4가 백신 도입'은 14순위로 평가됐다.
이 연구는 질병청이 9900만 원을 투입해 추진한 용역으로, 질병 특성과 백신 특성, 자원 배분의 합리성·효율성, 접종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향후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의 확대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근거 마련 차원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정작 질병청은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12세 남아 HPV 예방접종' 예산만 편성했다. 국회로 제출된 예산안에는 남아 4가 백신 도입 사업에만 총 92억 5700만 원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됐다. 질병청이 진행한 연구에서 최하위로 평가된 사업이 실제 정책에서는 우선 추진된 셈이다.
실제 접종 현장 상황도 정책 방향과 어긋난다. 김 의원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 청소년의 1차 접종 가운데 83.2%(1만 8713건)가 9가 백신을 선택했고, 4가 백신은 16.2%(3655건)에 불과했다.
반면 국가예방접종으로 지원을 받고 있는 여성 청소년의 경우에는 1차 접종 중 4가 백신이 86.9%(171만 4679건)로 압도적이었고, 9가 백신은 2.5%(4만 9075건)에 그쳤다.
김 의원은 "질병청이 9900만 원을 들여 실시한 연구에서 HPV 백신과 관련해 12세 여아 9가 전환이 최우선 과제로 제시됐음에도, 정작 정부 예산안에는 최하위였던 남아 4가 백신 도입만 반영됐다"며 "이는 연구 따로, 현실 따로, 정책 결정 따로인 전형적인 행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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