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게 늙도록 '제반' 다지자…'혁신' 속도 따라잡는 규제 시급
[노화역전의 꿈]⑪ R&D 지원, 규제·거버넌스 혁신 더뎌
기존 법·조직에 재단 불가능…민관 협업으로 난제 해결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의료AI·제약·바이오헬스 강국 실현을 위해 내년 바이오헬스 R&D(연구개발)에 1조 원 넘는 예산을 투입한다는 내용 등의 국정과제를 내놨지만, 아직 항노화와 역노화나 건강수명 분야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편이라 하루빨리 관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학문적 발견을 넘어 산업의 기반을 마련할 때로서 R&D 투자, 과감한 규제 혁신, 인프라 확충, 글로벌 진출 지원에 인재 양성까지 다방면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학계·업계의 혁신 속도를 정책 입안자들이 따라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2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전폭적으로 국내 바이오·의약산업 발전을 지원해 5년 안에 △바이오의약품 수출 2배 △블록버스터급 신약 3개 창출 △글로벌 임상시험 3위 △5대 강국 도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첨단 재생의료 임상 연구 심사·승인에 신속·병합 검토제를 도입하고 허가·약가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수요자 중심 규제에 나선다. 또 1500억 원 규모로 임상3상 특화 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연구소-스타트업-제약 바이오 기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독려한다.
다만 항노화와 역노화 분야 등에 대해서는 지난 2023년에 마련된 제3차 '보건의료기술육성기본계획'의 세부 과제로 "노화 기전을 규명하고 항노화와 역노화 기술, 노쇠·근감소증 등 노인성 질환 예방과 진단 기술을 개발한다"는 선언만 담겼다.
지난 2017~2021년 항노화 치료 관련 정부의 R&D 투자 규모는 1295억 원으로 추산된다. 올해 들어서는 21억 원의 예산을 통해 노화·노쇠 위험 요인 규명과 예후·예측 지표 개발 명목으로 90세 이상 인구 집단을 코호트로 구축하고 국립노화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연구기업들의 투자 유치액은 이미 지난 2022년 52억 달러로 2018년 27억 달러 대비 약 2배 증가한 바 있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지원하고 있고 현지 국립노화연구소는 세포노화네트워크(SenNet) 프로그램에 5년간 1억 2500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
영국도 2023년 영국연구혁신기구의 핵심 기초 연구 주제로 건강수명 연장을 정해 5000만 파운드를 지원할 계획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항노화 전주기 연구에 연간 1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들과 비교해 우리 정부의 투자 규모나 정책은 부족한 편이다.
예컨대 관련 법 개정으로 첨단재생의료 연구 허용 범위가 전체 질환으로 확대됐음에도 중대·희소·난치 질환에 국한된 실정이다. 기업들 연구도 고위험 난치 질환에 집중됐고 항노화 치료제 개발 사례는 없다.
임상 연구로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면 치료에 활용할 수는 있으나 치료 계획 승인-최대 5년간 치료 제공-향후 재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노인성 질환 등은 임상 연구에서 약효를 충분히 입증해도 당장 수익으로 연결 짓기는 힘든 구조다.
줄기세포 치료가 활발해진 일본은 많은 환자가 관절염, 노화 등 비교적 저위험 질환 진료를 받는다. 한마디로 우리도 첨단재생의료 등을 비교적 위험도가 낮지만, 수요가 높은 분야로 적용할 때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현장 전문가들은 정부가 더 노력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화를 현상, 숙명으로 여기던 인식을 뛰어넘어 치료 대상으로 접근하고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을지 학계·산업계는 물론 국제기구와 함께 고민하자는 주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역노화 기술은 단순 노화 지연이 아닌 노화의 본질적 메커니즘을 되돌리며, 바이오산업 전반에도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산업은 고령사회의 리스크를 새 기회로 전환하는 전략적 분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석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장은 뉴스1에 "국내 항노화, 역노화 연구 등이 초기 단계인 데다 바이오헬스 분야의 일부로서 시급히 필요한 제도는 없어 보인다"면서도 "산업의 핵심이 건강수명 연장 등으로 설정될 수 있으니 정부는 기존 법과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규제조직도 의약품안전국, 바이오생약국으로 규정된 지 20년이나 됐다. 최근 융복합 기술 변화와 견줘보면 개편해야 한다"며 "1953년에 제정된 약사법을 노화 연구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까. 지엽적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과학기술의 진보로 항노화가 역노화로 연구 수준이 향상된 만큼 정부도 선제적으로 규제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업계가 문제나 민원을 들고 오면 검토하겠다'는 피동적 태도는 버려야 한다. 정부의 R&D 지원,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 원장은 "이는 공무원만 고민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인공지능(AI) 이슈처럼 민관 협력으로 R&D 등 제품화 지침을 만들며 상용화까지 성공시켜야 한다"며 "전 세계 선도국과 교류도 늘려 역노화, 건강수명 외 여러 첨단 바이오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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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노화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는 시간의 흐름이었다. 그러나 이제 과학은 그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을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묻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세포를 젊게 되돌리는 실험이 이어지면서, '노화 역전'이라는 개념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뉴스1은 이번 기획을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노화역전을 집중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