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조 투입 '간병비 급여화'…국가책임 강화 속 재정여력 '글쎄'
국회예산정책처 "2028년 건보 적립금 소진"…재원 확보 마련 '과제'
전문가들 "중증 중심 전환·과잉진료 통제 병행해야"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보건복지부가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현재 전액 본인 부담인 비용을 3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6조 5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지만, 건강보험 재정 악화 속에서 제도의 실현 가능성과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도 제기된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날(22일) 서울 중구에서 '의료중심 요양병원 혁신 및 간병비 급여화 추진방향 공청회'를 열고 제도 초안을 공개했다. 2024년 하반기 200개 요양병원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00개 병원, 6만 명 수준까지 대상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간병비 급여화를 통해 환자 본인부담률을 현재 100%에서 30%로 낮추고, 나머지 70%는 건강보험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가장 큰 쟁점은 재정이다. 복지부는 2030년까지 6조 5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급여화 대상 환자를 6만 명으로 가정한 수치다. 복지부가 '의료적 필요도가 높다'고 분류한 전체 환자 8만 명을 기준으로 확대될 경우, 재정 소요는 그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제도 설계와 적용 범위에 따라 추계가 달라지는 만큼 재정 전망과 함께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건강보험 재정은 이미 한계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8년이면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이 소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령화와 비대면 진료 확대 등으로 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으며, 최근 의정 갈등으로 운영된 비상진료체계 역시 추가 재정 지출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보건경제학자는 "간병비 급여화는 사회적 돌봄의 공공화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지만, 건강보험 재정에 추가 부담을 지우는 방식으로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불필요한 입원 유인을 차단하고, 요양병원의 중증 환자 중심 구조 개편이 전제돼야 한다며 "과잉진료나 의료쇼핑처럼 건강보험 재정 누수 요인에 대한 통제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가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재정 외에도 여러 구조적 보완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간병비 급여화가 궁극적으로 어떤 보건의료 체계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 역시 남아 있다. 장석용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 제도가 병원 내 돌봄 기능의 공공화를 위한 과도기적 장치라고 평가했다. 간병은 원래 병원 인력이 담당해야 할 책임이라는 점에서, 현재처럼 가족이 사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하는 체계는 제도의 지속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간병비 급여화는 병원이 제공해야 할 돌봄 기능을 공공화하는 전이 단계로 이해해야 한다"며 "병원이 간병인을 도급이나 외주 형태로 고용하는 현재 구조는 질 관리와 사용자 책임이 법적으로 부재한 한계를 갖고 있어, 간병인을 병원이 직접 고용하거나 파견을 통해 법적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n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