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병상 비중 9.4% 불과…"지역 맞춤형 확충이 해법"
공공병원 환자 40%는 사회적 약자…지역별 진료 부담 달라
김윤 "단순 병상 확대로는 해결 안 돼…민간 협력·재정 지원 함께 가야"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 가운데 공공병원은 20곳 중 1곳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병상에서도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도 못 미쳐, 지역 불균형과 취약계층 진료 공백을 막기 위한 맞춤형 공공병원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공공병원은 223곳으로 전체 병원급 의료기관 4221곳 중 5.3%에 그쳤다. 전체 병상 64만 7418개 가운데 공공병원 병상은 6만 557개로 9.4%에 불과했다. 국민 10명 중 1명도 공공병원 병상을 이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지역별 격차는 더욱 뚜렷했다. 세종(24.4%), 강원(21.9%), 제주(29.4%)는 공공병상 비중이 20% 안팎이었지만, 울산(1.1%), 인천(4.1%), 경기(6.8%)는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서울은 10.7%로 전국 평균을 간신히 웃돌았으나, 수도권 전체로 보면 낮은 수준이다. 같은 의료권 내에서도 공공병상 접근성이 최대 20배 차이가 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응급·중환자실·격리병상 등 필수 시설조차 공공병원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공공병원은 특히 저소득층과 취약계층 진료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지난해 공공병원 입원환자 가운데 12.3%가 의료급여 수급자였고, 건강보험료 최하위 1분위 환자까지 포함하면 전체 환자의 약 40%가 사회적 약자였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경제적 사정으로 건강보험료를 낼 수 없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료비를 대신 지원하는 계층이다.
지역별로 보면 전북은 의료급여 환자 비중이 22.0%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경북 20.1%, 전남 15.0% 등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 공공병원 의존도가 두드러졌다. 반면 세종은 3.1%, 대전은 8.6%에 그쳐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공공병원이 단순한 의료기관이 아니라, 지역별로 취약계층 진료를 떠안는 정도가 크게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지난해 전국 공공병원 전문의는 1820명으로, 서울에만 451명이 몰려 있었다. 부산 114명, 대구 127명이었으며, 인천은 19명, 울산은 단 1명뿐이었다. 전문의 수는 내과 348명, 정신건강의학과 333명, 외과 631명, 소아청소년과 228명, 산부인과 220명에 그쳤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전국 합계가 426명에 불과해 권역별 응급체계 유지조차 벅찬 상황이다. 지방 의료원 상당수는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해 분만실이나 소아과 진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진료과목 편차도 뚜렷하다. 전국 공공병원 231곳 가운데 내과를 운영하는 곳은 171개였지만, 흉부외과는 56곳, 방사선종양학과는 23곳에 불과했다. 권역 외상환자나 암 환자 진료에 필수적인 과목이 공공병원에서 빠져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공공병원 수와 병상 규모를 늘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지역별 수요와 필수의료 기능을 고려한 맞춤형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장석용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정책학과 교수는 "비수도권 공공병원은 응급 외과수술 등 지역 필수의료의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병원 규모를 키운다고 외과수술 등 지역의 필수의료 대응 역량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므로, 지역별 필요에 따른 차별화된 급성기 치료병원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공공병원의 비중을 단순히 몇 퍼센트로 늘리자는 양적 확대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별로 필요한 공공의료 기능을 정확히 진단해 맞춤형으로 강화하는 것"이라며 "민간병원이 공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병원은 민간이 기피하는 환자를 책임지고 있어 이른바 '착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보전할 국가 차원의 재정 구조가 마련돼야 의료 공공성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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