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합격자 발표 시작…의료계 '갈등 해소·수련 TF' 시동 건다

수련협의체, 9월 4일 제5차 회의…전공의 제도개선 본격화
서울 소재 빅5 병원 전공의 복귀율 70~80% 수준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수련병원협의회의 간담회에서 김원섭 대한수련병원협의회 회장(왼쪽)과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악수 하고 있다. 2025.8.26/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전공의 모집 합격자 발표가 27일부터 시작되면서 복귀한 전공의들이 수련 현장으로 돌아오는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 다음 주 열리는 수련협의체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27일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병원별 신청을 받아 모집한다고 발표한 인원은 인턴 3006명, 레지던트 1년차 3207명, 레지던트 상급년차(2~4년차) 7285명 등 1만3498명이다. 최종 합격자 발표는 빠르면 27일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합격자는 다음달 1일부터 각 수련기관에 배치돼 수련을 시작한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일단락되고 현장 복귀가 이뤄진 뒤, 수련환경 정상화를 위한 제도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 제4차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협의체 회의를 열고 전공의 복귀 현황과 수련 제도의 보완 필요성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정부 관계자, 대한전공의협의회, 수련병원협의회, 의학회 등이 참여했으며, 복귀 전공의들의 근무 여건, 다기관 수련 문제, 교육과정 개선 방향 등이 안건으로 다뤄졌다. 특히 복귀 전공의들이 제기한 실무 부담과 수련 과정 내 한계가 공유됐으며, 제도적 지원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전공의 복귀 이후 수련환경 개선을 중점 과제로 제시했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인턴 수련기간을 단축해달라는 건의를 의료계 측으로부터 들었다"면서 "당장 답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고,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앞선 세 차례 회의를 통해 하반기 모집 방안을 논의했으며, 이제는 복귀 이후 수련환경 개선과 수련의 질 향상 방안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공의 측의 구체적인 요구안도 제시됐다. 의료계 관계자는 "수련 재개를 앞둔 입영 대기자의 입영 시기와 선발 우선순위를 사전에 안내해야 한다"며 "이미 입대한 전공의들의 수련 연속성을 보장할 방안과 병원별 업무분장을 논의할 전담 TF 구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차년도 상반기 모집에 레지던트 지원이 가능하도록 인턴 수련기간 단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복지부는 검토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전공의 복귀 이후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의료계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지난 26일 서울 용산에서 간담회를 열고, 복귀 전공의들의 교육환경 보완을 위한 '수련환경 개선 TF' 설치와 '다기관 협력 수련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병원 간 업무 조율, 전공의 간 갈등 완화, 진료지원인력(PA)과의 역할 분담 등 현장 문제에 대한 우려도 함께 논의됐다.

이러한 논의는 9월 4일 열리는 제5차 수련환경 개선 협의체 회의에서 공식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복지부는 수련역량 인증제를 기반으로 한 다기관 협력 수련 모델을 추진 중이며, 지역 거점 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을 연계해 교육 질을 유지하면서 특정 진료과 쏠림 완화와 전공의 충원율 제고를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시행 초기 병원 간 조율, 전공의 이동에 따른 행정 부담 등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복귀한 전공의들은 현장 수련 여건에 대한 개선을 지속 요구하고 있다. 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여전히 인력 공백이 존재해 당직 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며, 교육보다는 단순 업무에 치중되는 수련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수련기관은 복귀 인원을 반영해 당직표를 조정했지만, 전공의 근무 강도 완화와 교육 기회 보장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한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전공의 복귀를 단순한 인력 충원이 아니라 안정적인 수련환경 조성을 위한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며 "정부 역시 근무시간 준수, 수련비용 지원 확대, 교육과정 질 관리 등 구조적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련협의체가 실효성 있는 개선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하반기 모집 과정에서 또 다른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 소재 빅5 병원들의 복귀율은 대체로 70~80% 수준으로 알려졌다. 빅5 병원 관계자는 "레지던트 1년차는 지원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하지만, 상급 연차는 대부분의 정원이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학병원도 복귀율이 비슷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반면 지방 수련병원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충북대병원은 레지던트 정원의 56%, 인턴 정원의 50%만 지원했으며, 경북대병원은 전체 정원 대비 약 56%의 지원율에 그쳤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