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준비된 노후] 고령자 입안관리는 돌봄 사각지대?…"구강은 존엄과 직결"
김현정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교수 = 초고령사회에서 건강을 지키는 핵심은 더 이상 병원을 찾는 일이 아니다. 일상에서의 ‘돌봄’이 예방 중심의 건강관리로 전환되고 있는 지금, 그 출발점이 ‘구강’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령자가 스스로 식사하고 말하고 웃을 수 있는 힘은 결국 구강 기능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구강은 단순한 입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과 자립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돌봄체계는 구강건강을 소홀히 하고 있다. 의료와 돌봄의 경계에서 ‘치과’는 병원 진료로, ‘구강관리’는 개인위생으로 분리된 채 시스템 밖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고령자의 구강건강은 이미 단순한 치료(cure)를 넘어선 지속적인 예방관리(prevention)와 돌봄(care)의 문제다. 치과의사의 단기적 시술만으로는 씹는 기능, 삼킴 능력, 입안 위생을 지속해서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구강건강 중심의 통합돌봄 모델에서는 역할 분담이 명확하다. 치과의사는 정확한 진단과 시술을 통해 구강병 문제를 해결하고, 작업치료사와 언어치료사는 씹고 삼키고 말하는 능력의 회복을 돕는다. 치위생사는 구강세정, 설태 관리, 틀니 위생을 관리하며, 간호사와 요양보호사는 일상생활에서의 구강위생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직접 지원한다. 이런 구조 안에서 구강은 더 이상 치과의 전유물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구성된 돌봄팀 전체의 협업 대상이 된다.
문제는 이러한 다직종 연계의 제도적 뒷받침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치과의사가 아닌 인력이 수행하는 구강관리 활동은 건강보험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돌봄 현장에서의 치위생사에 의한 치과적 중재도 제도적으로 배제된다. 요양보호사나 간호사가 구강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더라도 실질적인 교육, 매뉴얼, 보상체계가 없어 지속 가능한 관리로 이어지기 어렵다.
지역사회 돌봄 정책에서도 구강은 여전히 ‘주요 항목’이 아니다. 치과 진료는 의료기관 기반으로 한정되고, 치위생사의 지역사회 참여는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 이로 인해 고령자의 입속은 돌봄 시스템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일본 고령자와 가장 큰 건강 격차는 바로 구강건강이다.
앞으로의 초고령사회는 단순한 병 치료의 시대가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자립과 돌봄의 연속성이 핵심이다. 구강은 바로 그 시작점이며, 치과의사 혼자의 영역이 아니다. 국가와 지자체는 구강건강을 지역사회 통합돌봄의 필수 요소로 규정하고, 다직종 협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작업치료사뿐만 아니라 치위생사와 간호사, 요양보호사가 치과와 연계해 활동할 수 있도록 보험제도와 직무 권한이 재정비되어야 하며, 구강 돌봄이 ‘간병’이 아닌 ‘건강’의 일부로 인식돼야 한다.
입을 지킨다는 것은 결국 사람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다. 씹고, 삼키고, 말하고, 웃는 그 모든 삶의 기능이 입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치과의사의 CURE가 현장을 지탱하고, 요양보호사와 의료돌봄 인력의 돌봄이 일상을 지켜줄 때, 비로소 ‘구강에서 시작하는 통합돌봄’은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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