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준비된 노후]성공 노화란? 구강노쇠·낙상·흡인성폐렴 상호작용 살펴야

입과 몸, 마음과 사회를 함께 돌보는 통합적 접근, 존엄한 노후의 첩경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김현정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교수 = ·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하지만 나이 들어가는 방식은 선택의 여지가 있다. '어떻게 늙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으로 최근 전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란 개념이다.

성공적 노화는 단순히 병 없이 오래 사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1997년 미국의 의학자 로웨(Rowé)와 칸(Kahn)은 성공적 노화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기능을 유지하며, 삶에 대한 주도권을 잃지 않는 상태로 봤다.

그들이 제시한 세 가지 핵심 조건은 질병과 장애의 최소화, 신체 및 인지 기능의 유지, 활동적인 사회 참여다. 즉, 건강과 기능뿐 아니라 관계와 역할의 지속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공적 노화를 실현하기 위해선 고령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문제들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특히 노쇠(frailty), 구강노쇠(oral frailty), 근감소증(sarcopenia), 낙상(fall), 그리고 흡인성 폐렴(aspiration pneumonia)의 상호작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쇠는 고령자가 겪는 전신적 기능 저하 상태를 뜻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쉽게 피로하고, 움직임이 느려지며, 감염이나 스트레스에 취약한 상태로, 근육 감소, 영양불균형, 인지 및 심리기능 저하, 사회적 고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반면, 근감소증은 골격근량과 근력의 감소에 초점을 맞춘 질병 개념으로, WHO는 2016년, 우리나라는 2021년에 이를 공식 질병으로 분류하였다.

악력, 보행속도, 근육량 측정을 통해 진단된다. 예방가능한 구강노쇠는 치아 수 감소, 저작력 저하, 혀의 힘 약화, 구강건조, 연하장애, 불량한 구강위생 등 구강 기능 전반의 쇠퇴를 말한다. 씹기 어렵고, 침이 줄어들며, 삼킴 기능이 떨어지면 영양 섭취가 제한되고 단백질 섭취가 감소하며, 이는 전신 근육의 급격한 소실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입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온몸의 기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이다. 2018년부터 일본에선 구강기능 저하증(oral hypofunction)을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노쇠-구강노쇠-근감소증-낙상-흡인성 폐렴' 상호작용 살펴야

고령자 건강에서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낙상이다. 낙상은 단순한 골절이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이다. 고관절 골절로 이어지면 장기 입원, 활동 저하, 근육 소실, 흡인성 폐렴 등 연쇄적인 악순환이 시작된다. 침상에 오래 머물수록 씹고 삼키는 근육까지 약화하며, 음식물이나 침이 기도로 잘못 들어가는 ‘흡인’의 위험이 커진다. 여기에 구강 위생이 방치되면 구강 내 세균이 급격히 증가하고, 이 세균들이 폐로 흡입되어 폐렴으로 악화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폐렴이 조용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기침 반사 기능이 약한 고령자는 흡인을 자각하지 못하고,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상태가 악화한 경우가 많다. 특히 노쇠, 근감소증, 구강노쇠가 있는 고령자는 식사량과 면역력도 떨어져 폐렴이 패혈증과 같은 중증 감염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 모든 과정에서 영양상태는 핵심이다. 많은 노인이 식욕 저하, 치아 통증, 씹기 어려움 등으로 식사를 줄이지만, 가족과 의료진은 이를 ‘자연스러운 노화’로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개입할 수 있는 중요한 건강문제다. 단백질 보충, 씹기 쉬운 식단, 구강건강 증진은 노쇠의 진행을 늦추고, 근감소증, 낙상, 폐렴의 고리를 끊는 출발점이 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제 ‘입’을 노후 건강의 시작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100세 시대, 준비된 노후는 단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씹고, 잘 삼키고, 잘 걷는 삶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기적인 구강검진, 구강운동, 구강세정기와 같은 보조기기 활용, 식이 조절, 낙상 예방 운동이 통합된 건강관리계획이 필요하다. ‘성공적 노화’는 더 이상 추상적인 이상이 아니다. 입과 몸, 마음과 사회를 함께 돌보는 통합적 접근이 있다면, 우리는 누구나 존엄하고 균형 잡힌 노후를 누릴 수 있다.

h991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