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맞춤형 비만약 나온다…한미 '에페' 다음달 출격

한국인 비만환자 448명 임상…40주 평균 체중 9.75% 감소
안전성·국내 생산 앞세워 차별화…가격 경쟁력도 관심

(한미약품 제공)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주도하는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 다음 달 국산 신약이 가세한다. 한미약품(128940)이 자체 개발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다. 한국인 대상 임상 데이터와 안전성, 국내 생산 등을 앞세워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이르면 다음 달 에페의 국내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한미는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에페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며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으로 지정돼 심사가 진행 중이다.

에페는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주 1회 투여 GLP-1 수용체 작용제다. 출시되면 국내 제약사가 자체 기술로 개발해 생산까지 담당하는 첫 국산 GLP-1 비만치료제가 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체중 감량 효과다. 국내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의 40주 중간 분석에서 에페 투여군의 평균 체중 감소율은 9.75%였다. 5% 이상 감량한 환자는 79.42%, 10% 이상은 49.46%, 15% 이상은 19.86%였다. 환자별로는 최대 30%의 체중 감소가 나타났다.

마운자로는 글로벌 임상에서 72주 기준 최대 20.9%, 위고비는 한국·일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68주 기준 13.2%의 평균 체중 감소율을 기록했다. 다만 에페는 40주 중간 결과로 투여 기간과 환자 구성, 임상 설계가 달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에페의 차별점은 한국인 임상 데이터다. 임상 3상에 국내 비만 환자 448명이 참여했다. 특히 BMI(체질량지수) 30㎏/㎡ 미만 여성의 평균 체중 감소율은 12.20%로 전체 투여군보다 높았다. 한미약품은 고도비만뿐 아니라 과체중·1단계 비만 환자까지 폭넓게 공략할 계획이다.

GLP-1 계열 치료제는 오심과 구토, 설사 등 위장관계 이상반응이 대표적인 불편으로 꼽히는 만큼 안전성도 주요 경쟁 요소다. 한미약품은 에페 임상에서 양호한 위장관계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위고비·마운자로와 직접 비교한 임상은 아니다.

또 에페는 약 4000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에서 주요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을 위약 대비 27%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신장 관련 복합 사건 위험도 32% 감소했다. 한미약품은 향후 당뇨병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에페를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글로벌 GLP-1 치료제가 수요 급증으로 공급 부족과 품절을 겪은 만큼 국내에서 생산·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구체적인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비만치료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약값을 전액 부담하는 만큼 가격은 치료 지속 여부를 좌우하는 요인 중 하나다. 국내 생산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선점한 국내 시장에 에페가 가세하면서 비만치료제 선택지도 넓어지게 됐다. 에페가 한국인 임상 데이터와 안전성, 공급 안정성 등을 앞세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derlan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