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가 한미 비만 신약에 베팅한 이유…"근육 보존 가능성 주목"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 뉴스1 문대현 기자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 뉴스1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로슈가 한미약품(128940)의 비만 신약 후보물질 'HM17321'에 주목한 배경으로 체중 감량과 근육 보존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전임상 결과가 꼽혔다. 기존 비만치료제와 다른 비인크레틴 기전을 통해 체중을 줄이면서 제지방을 유지하고 근육 기능까지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미국 바이오 전문매체 피어스바이오텍은 3일(현지시간) 로슈의 심혈관·신장·대사질환 개발 총괄 마누 차크라바티 박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로슈가 HM17321의 전임상 결과에 주목한 이유를 보도했다.

HM17321은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장기지속형 유로코틴2(UCN2) 유사체다. 기존 GLP-1 계열과 다른 비인크레틴 방식으로 작용하며, 코르티코트로핀 방출인자2(CRF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기전을 갖는다.

차크라바티 박사는 피어스바이오텍에 전임상 데이터가 비인크레틴 기전을 통해 체중을 줄이면서 제지방을 보존할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특히 체중 감소 과정에서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근육 기능을 높일 가능성도 로슈가 관심을 가진 요소로 꼽았다.

이는 비만치료의 목표를 단순한 체중 감소에서 체성분과 대사 건강 개선으로 넓히려는 로슈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차크라바티 박사는 고령자나 낙상·골절 위험이 높은 환자의 경우 체중 감소 과정에서 제지방이 함께 줄어드는 문제가 중요하다며, 체중을 줄이면서 근육을 보존하는 치료법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HM17321의 또 다른 가능성으로는 인슐린 감수성 개선이 언급됐다. 로슈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할 경우 체중 감소뿐 아니라 비만과 연관된 다양한 대사질환까지 치료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달 제넨텍과 HM17321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제넨텍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HM17321의 개발·제조·상업화 권리를 확보했으며, 한미약품은 선급금 1억 9000만 달러를 받는다. 개발·허가·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한 전체 계약 규모는 최대 23억 달러다.

현재 HM17321은 한미약품이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임상 1상을 마치면 제넨텍이 개발을 넘겨받아 임상 2상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차크라바티 박사는 제넨텍이 가능한 한 빠르게 임상 2상에 착수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다만 로슈 역시 HM17321의 가능성을 아직 임상적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차크라바티 박사는 전임상에서 확인된 결과가 사람에게 그대로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임상 데이터를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HM17321은 로슈가 기존 비만치료제 중심의 포트폴리오에 새로운 기전을 추가하는 후보물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로슈는 현재 GLP-1·GIP 이중 작용제와 경구용 GLP-1 치료제, 아밀린 유사체, FGF21 계열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HM17321을 통해 비인크레틴 방식의 새로운 비만치료 전략까지 확보했다.

UCN2 기전은 과거 일라이릴리가 심부전 치료제로 개발을 시도한 바 있지만 2019년 임상 1상 단계에서 개발을 중단했다.

로슈의 이번 계약은 상대적으로 개발 사례가 많지 않았던 UCN2 기전을 비만 치료에 적용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