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로 美FDA 뚫은 국산 톡신…연매출 5000억 넘본다[약전약후]

대웅제약 '나보타', 아시아 톡신 최초로 FDA 허가…69개국 진출
올해 누적 매출 1조원 돌파…"연매출 5000억 블록버스터가 목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이미지 (대웅제약 제공)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피부 주름을 펴는 시술이라고 하면 '보톡스'라는 단어를 제일 먼저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사실 보톡스는 치료법의 이름이 아닌 특정 회사의 제품명으로, 정확한 명칭은 '보툴리눔 톡신'이다.

이는 신경이 근육에 보내는 신호를 일시적으로 차단해 근육의 움직임을 마비시키는 원리를 이용한다. 각종 질환 치료는 물론 주름을 개선하기 위한 미용 목적의 시술에도 널리 쓰인다.

한때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해외 제품이 장악하고 있었다. 원료가 되는 균주를 확보해 불순물을 걸러내고 대량생산 하는 기술을 갖춰야 하는 등 보툴리눔 톡신을 의약품으로 만들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시장에 국산 기술로 도전장을 던진 제품이 바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A형 제제 '나보타'다. 나보타는 대웅제약이 약 5년에 걸쳐 자체 연구개발한 끝에 지난 2014년 국내에 출시됐다.

한 여성이 클리닉에서 피부 시술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기사와 직접 연관은 없음. ⓒ 로이터=뉴스1

대웅제약이 나보타 개발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불순물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자체 개발한 정제 기술 '하이-퓨어 테크놀로지'(HI-PURE™ Technology)를 적용해 불필요한 성분을 걸러내고, 순도 높은 보툴리눔 톡신을 만들었다.

임상 효과도 빠르게 나타났다. 미간 주름이 있는 성인 42명에게 나보타를 투여한 결과, 이틀 만에 10명 중 8명 이상에서 주름이 옅어졌고, 14일 뒤에는 임상 참가자 가운데 97.6%가 개선 효과를 보였다.

보툴리눔 톡신을 반복해서 맞다 보면 몸에 내성이 생겨 이전보다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우리 몸이 톡신의 작용을 막는 중화항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보타는 1500명 이상이 참여한 국내외 임상에서 1회 투여한 경우는 물론, 여러 차례 반복 투여한 경우에서도 새로운 중화항체가 만들어진 사례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최대 용량을 투여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강남구 대웅제약 본사 ⓒ 뉴스1 이승배 기자

나보타 역사에서 가장 큰 전환점은 국내 출시 5년 뒤 찾아왔다. 2019년 2월 아시아에서 개발된 보툴리눔 톡신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받은 것이다.

FDA 허가까지 가는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미국과 유럽, 캐나다 등에서 2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대규모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고, 유럽의약품청(EMA)과 캐나다 보건부 등의 허가도 받아야 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나보타는 미국에서 '주보'(Jeuveau)라는 이름으로 출시됐으며, 현재는 미국 내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산 보툴리늄 톡신으로서의 품질과 임상 경쟁력을 세계 최대 미용 시장인 미국에서 입증해낸 것이다.

이후 나보타는 유럽에서도 '누시바'(Nuceiva)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는 등 전세계 69개국에서 품목허가를 확보했다. 태국의 경우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며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해외 경쟁력에 힘입어 나보타는 2019~2025년 연평균 57%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고, 올해 6월에는 출시 12년 만에 누적 매출 1조 원을 넘어섰다.

대웅제약은 늘어나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톡신 전용 3공장을 완공하고, 2027년 상업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공장이 가동되면 연간 생산능력은 현재 500만 바이알에서 1600만 바이알로 3배 이상 늘어난다.

궁극적으로는 나보타를 연매출 50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브랜드로 키우는 게 목표다.

아울러 대웅제약은 나보타에서 쌓은 경험을 다른 에스테틱 분야로도 넓힐 계획이다. 스킨부스터와 필러, 차세대 톡신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해 종합 에스테틱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구상이다.

나보타의 다음 관문은 '국산 최초'라는 기록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경쟁력을 유지하느냐에 있다. 생산능력 확대와 차세대 제품 개발을 발판으로 나보타가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존재감을 더 키울 수 있을지 기대된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