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규제 풀고 투자 늘려야"…국내 바이오 대표들 한목소리

28일 식약처 GBC 'K-바이오 혁신 리더스 토크'
알테오젠·에이비엘바이오·큐로셀·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 한자리에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 ⓒ 뉴스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 대표들은 'K-바이오'의 글로벌 도약을 위해서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넘어, 임상과 상업화까지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한 투자와 인수합병(M&A), 신속한 규제 개선도 주문했다.

28일 오전 '2026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의 세션 'K-바이오 혁신 리더스 토크'에서는 한국 바이오 산업의 성장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자리에는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김건수 큐로셀 대표·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 등이 참석했다.

박 대표는 정부 지원과 투자가 특정 기술에 몰리는 '선택과 집중'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같은 기술을 연구하는 기업이 있다는 이유로 후발 연구자의 도전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키트루다도 최초의 PD-1 치료제가 아니었다. 기업이나 연구자가 하겠다고 하면 도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투자업계가 지원하고 정부도 제도를 빠르게 바꿔 국내 임상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벤처가 기술수출이나 기업공개(IPO)에 의존하는 구조도 개선돼야 한다고 짚었다. 국내 제약사의 바이오벤처 M&A가 활발하지 않아 투자금 회수와 후속 연구개발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한 회사가 모든 물질을 임상 2상과 3상까지 끌고 갈 필요는 없다"며 후보물질을 개발 전문회사에 넘겨 임상을 이어가는 미국식 모델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초기 기술수출을 넘어 자체 신약을 후기 임상까지 개발해 계약 규모와 판매 로열티를 높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플랫폼을 가진 혁신 신약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상업화까지 갈 수 있느냐는 것"이라면서 "초기 임상에서 기술을 이전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후기 임상까지 개발해 계약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모델을 마련하려 한다"고 밝혔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주력하는 혈액뇌장벽(BBB) 셔틀은 약물을 뇌 안으로 전달하는 기술이다. 이 대표는 2024년 이후 BBB 셔틀이 뇌질환 신약 개발의 핵심 기술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2024년 이전에는 BBB 셔틀이 '있으면 좋은 기술'이었다면 이후에는 '반드시 가져야 하는 기술'이 됐다"며 치매와 파킨슨병뿐 아니라 핵산치료제 등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협력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중국 기업과 신약 공동개발과 현지 임상 인력 활용 등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부족한 대규모 투자와 M&A 기반을 보완할 수 있다고 봤다.

큐로셀은 국내 CAR-T 치료제 허가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과 고형암 치료제에 도전한다. CAR-T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바꿔 다시 투여하는 치료제다.

김 대표는 "혈액암 CAR-T는 글로벌 시장보다 출발이 늦었던 만큼 미국과 유럽에서 정면으로 경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중동과 남미 등을 공략하고 새로운 CAR-T를 개발하는 것이 전략"이라고 말했다.

고형암 CAR-T 개발도 추진한다. 다만, 세포치료제는 동물실험만으로 사람에게 나타날 효과와 부작용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빠른 임상 진입을 지원해야 한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면역세포를 환자 몸에 넣었을 때 어떤 상호작용이 나타날지 비임상시험만으로 확신하기 어렵다"며 "임상에서 효과와 부작용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했다.

오가노이드 기술은 신약 평가 도구에서 손상된 장기를 회복시키는 치료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사람 세포로 실제 장기와 비슷하게 만든 '미니 장기'다.

유 대표는 "기존 의약품이 질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데 집중했다면,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의 목표는 이미 망가진 조직과 장기를 직접 되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가노이드는 동물실험을 보완·대체하는 기술로도 주목받는다. 유 대표는 "3~5년 전만 해도 제약회사들이 낯선 기술로 봤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사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첨단 대체시험법으로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최근 인공지능(AI)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 신약개발 전 과정을 대신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 대표는 "AI 기반 분석 결과를 허가에 활용하는 데는 아직 규제 장벽이 있다"고 봤다.

다만, 유 대표는 "AI가 신약의 효과와 안전성을 예측하고 오가노이드가 이를 사람과 유사한 환경에서 검증하면 신약개발 실패를 줄이고 허가 판단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최하는 GBC는 올해로 12회째를 맞이했다. 올해는 '바이오 대도약, 혁신에 속도를 더하다'를 주제로 26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됐다.

plusyou@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