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3.2조 계약 '새 기록'…K-바이오 기술수출 20조 눈앞에
근육 보존 노린 비만 신약…단일 후보물질로 역대 최대 규모 계약
알테오젠·아리바이오 등등 올해 기술수출 벌써 15조 안팎 추정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신약 후보물질과 원천 기술을 해외에 이전하는 대규모 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한미약품이 비만 신약으로 단일 후보물질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우면서 올해 기술수출 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설지 관심이 모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전날 로슈그룹 자회사인 제넨텍에 비만 치료 후보물질 'HM17321'의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권리를 최대 23억 달러(약 3조 2000억 원)에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 직후 받는 선급금만 1억 9000만 달러(약 2620억 원)로 전체 계약액의 약 8.3%에 달한다. 나머지는 임상과 허가, 상업화 과정에서 정해진 목표를 달성할 때 지급되며, 제품 출시 이후에는 판매액에 따른 로열티도 별도로 받는다.
이번 계약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하나의 신약 후보물질로 체결한 기술 수출 사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한미약품이 지난 2015년 사노피와 맺은 약 4조 8000억 원 수준의 계약은 당뇨 신약 후보물질 3개를 한꺼번에 이전한 사례였다.
HM17321은 기존의 비만 치료제와 다른 방식으로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GLP-1 계열 비만약은 지방뿐 아니라 근육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그러나 우로코르틴2(UCN2)를 활용하는 HM17321은 지방을 줄이면서도 근육은 보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비만약과 함께 사용하는 치료법으로 개발될 가능성도 있다.
한미약품 외에도 많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연초부터 굵직한 기술수출 성과를 내고 있다.
알테오젠은 지난 1월 GSK 자회사 테사로에 피하주사(SC) 전환 기술 'ALT-B4'를 최대 4200억 원 규모로 이전했다. 선급금은 295억 원이다. 이어 3월에는 바이오젠과 최대 8675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선급금 300억 원을 받았다. 이달에도 최대 약 5200억 원 규모의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5월에는 큐라클과 맵틱스가 공동 개발한 망막질환 후보물질 'MT-103'을 미국 메멘토 메디슨스에 기술수출했다. 최대 계약액은 약 1조 5600억 원이며 선급금은 약 116억 원이다.
같은 달 아리바이오는 중국 푸싱제약과 알츠하이머병 치료 후보물질 'AR1001'을 대상으로 최대 약 7조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다만 상대 기업이 일정 조건에 따라 권리를 선택하는 옵션·라이선스 방식이다. 아리바이오가 우선 확보한 옵션 비용은 약 900억 원으로, 7조 원 전체가 확정된 수익은 아니다.
한미약품도 지난 6월 일라이 릴리에 '소네페글루타이드'(HM15912)를 최대 약 1조 9000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해 선급금 약 1100억 원을 받았다. 같은 달 오스코텍은 미국 아지오스에 '세비도플레닙'의 글로벌 권리를 최대 약 1조 원 규모로 이전하고 선급금 약 375억 원을 확보했다.
하반기에도 계약은 이어졌다. 네오이뮨텍은 이달 미국 톨러런스 바이오에 'NT-I7'의 일부 권리를 넘기고 개발·판매 성과에 따라 최대 약 3600억 원을 받기로 했다. 현금 선급금 대신 상대 회사 지분 4%를 받는 방식이다. 올릭스도 중국 한소제약 계열사와 2개 표적에 대한 올리고핵산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지만,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올해 규모가 공개된 국내 제약·바이오 기술수출 계약은 이미 15조 원 안팎에 이른다. 지난해 연간 기술수출 규모가 약 20조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추가 계약에 따라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다만 '최대 계약액'을 기업이 당장 벌어들인 금액으로 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기술수출은 일반적으로 계약 직후 받는 선급금과 임상·허가·상업화에 성공해야 받는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로 구성되는데, 개발이 중단되면 마일스톤을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옵션이 포함된 계약의 경우 상대 기업의 권리 행사 여부에 따라 후속 계약이 결정된다"며 "기술수출 성과를 비교할 때는 최대 계약액뿐 아니라 계약 구조와 실제 확보한 선급금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한미약품의 이번 계약은 최대 3조 2000억 원이라는 규모와 함께 2600억 원이 넘는 선급금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초기 임상 단계의 국산 후보물질이 글로벌 기업의 선택을 받으면서 올해 추가 기술수출이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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