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약 100여개씩 유통…"감축 대책 내놔야" 요구 분출

제네릭 약가 인하 조치에도 과당 경쟁 구조 여전
공장에서 이름만 바꿔 대량 생산…규제 이어질까

제품 이름은 다르되, 성분은 같은 의약품이 100개 넘게 판매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1일 단행된 '약가인하' 조치에도 국내 제네릭의약품(복제약) 시장의 과당 경쟁은 여전히 심각한데, 보다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제품 이름은 다르되, 성분은 같은 의약품이 100개 넘게 판매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1일 단행된 '약가인하' 조치에도 국내 제네릭의약품(복제약) 시장의 과당 경쟁은 여전히 심각한데, 보다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3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살펴본 결과 동일 성분 의약품 중 가장 많은 품목은 고지혈증 약 아토르바스타틴 10㎎이었다. 건강보험 적용돼 처방되는 제품만 128개에 달했다.

동맥경화 치료제(항혈소판제) 클로피도그렐 75㎎ 126개, 소화불량 치료제 모사프리드 5㎎ 124개, 위장약(위궤양 치료제) 레바미피드 100㎎ 122개, 항생제 세파클러 250㎎ 121개로 뒤를 이었다. 치매약 도네페질도 5㎎과 10㎎이 각각 117개씩 팔리고 있다.

제품명만 다르고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약들도 많았다. 지난해 말 기준 동일 성분·함량 의약품 중 한 제조소에서 12개 이상 생산되는 품목은 4028개로 전체의 47.6%를 차지했다. 한 제조소에서 두 개만 생산하는 품목은 7.6%에 머물렀다.

이렇게 제네릭이 많아진 데에는 '공동생동'(공동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의 영향이 크다는 진단이 뒤따른다. 제네릭은 약효가 오리지널 의약품과 통계적으로 동등하다고 인정될 생동성시험을 거쳐야 식약처 품목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공동생동은 여러 제약사가 하나의 시험 결과를 공유해 허가받는 제도로, 특정 제약사가 대표로 진행한 뒤 다른 회사들이 시험 비용을 분담한다. 중복시험과 개발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공동생동이 허용됐지만 하나의 시험으로 수십 개 제품이 허가돼 경쟁만 심해졌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식약처는 지난 2021년에야 생동성시험을 직접 수행한 업체와 공동 참여 최대 3곳까지만 허가받을 수 있도록 공동생동 '1+3 제한' 조치를 도입했지만, 동일 성분의 약이 100개 넘게 경쟁하는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약의 품질 우려가 나왔을 때 관리해야 할 품목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문제다. 2018년 고혈압 약 발사르탄의 원료에서 발암 가능 물질 NDMA가 검출돼 판매가 중지된 적이 있다. 영국 5개, 미국 10개, 캐나다 21개와 비교해 10배 가까이 많은 174개가 국내에서 조치됐다.

이에 따라 국회와 시민사회에서는 공동생동 제도를 축소하거나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체 연구소나 공장 없이 허가권만 가진 '무늬만 제약사'를 줄이자는 취지다. 제약바이오 산업이 혁신 지향적 생태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고민해 보자는 제언이다.

김 의원은 뉴스1에 "제네릭 난립을 막기 위해 공동생동 제한을 시행했음에도 최소한의 시험조차 직접 수행하지 않는 업체들이 여전히 많다"면서 "국민 건강권 확보 차원에서도 공동생동 제도의 전면 폐지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4개의 환자·소비자단체가 공동으로 창립한 의약주권 환자소비자연대는 "같은 약이 병원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며 제네릭 약가 인하와 리베이트 경쟁 구조 개선과 제네릭 생동성시험 결과 전면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식약처는 공동생동 폐지 등에 신중한 모습이다. 식약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건과 관련해 현재 식약처가 검토 중인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공동생동을 추가로 제한하거나 폐지하면 시험이 불필요하게 반복되고 중소 업체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1일부터 제네릭 등의 기본 약가 산정률이 53.55%에서 45%로 낮아진 가운데 제약사들은 현재의 구조를 개선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생동성시험 한 건에 5억 원 이상 소요되는 상황에서 생존의 위협을 느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3 공동생동 제한에도 수십 개의 위탁 제네릭이 만들어지는 문제는 여전하다"며 "제네릭 등 제약산업을 어떻게 선진화시킬지 고민해야 할 때다. 정치권과 정부의 규제 기조에 따라 제약사들의 의견은 다양하게 제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