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떠먹던 '흰 가루약'의 변신…2030도 찾는 환갑 앞둔 '용각산'[약전약후]

1967년 보령 첫 의약품으로 출시…회사 성장 이끈 대표 장수 브랜드
2020년 103억→2025년 241억…스틱·새로운 향 앞세워 2030 공략

용각산.(보령 제공)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어린 시절 아버지가 목이 칼칼할 때면 작은 숟가락으로 떠먹던 은색 통 속 흰색 가루약. '용각산'은 오랫동안 중장년층에게 익숙한 상비약이었다. 이제는 그 용각산을 2030대가 스틱째 뜯어 먹고 민트커피향과 블루베리향까지 골라 먹는다.

진해거담제 용각산은 보령이 1967년 출시한 이후 60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온 대표 장수의약품이다. 보령(003850)이 '보령제약'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선보인 의약품이기도 하다. 회사의 시작을 함께한 제품이 이제는 연 매출 200억 원을 훌쩍 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용각산의 시작은 보령 창업주 김승호 회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회장은 한약재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높은 신뢰와 원료 공급 가능성을 고려해 생약제제 의약품에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들어온 것이 일본 류카쿠산사가 개발한 용각산이었다.

기술 도입은 쉽지 않았다. 당시 보령제약은 제대로 된 생산공장조차 갖추지 못한 신생 제약사였다. 김 회장은 막 계약을 마친 성수동 공장 부지로 류카쿠산 중역진을 직접 데려가 앞으로 들어설 생산시설과 회사의 미래를 설명하며 설득했다. 1년여의 협상 끝에 양사는 1966년 12월 기술제휴 계약을 맺었다.

이듬해 4월 성수동 공장이 완공되면서 생산이 시작됐고 1967년 6월 26일 첫 용각산 5만갑이 시장에 나왔다. 보령은 신문과 라디오 광고, 전국적인 무료 샘플링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1968년에는 공장을 밤낮으로 가동해야 할 정도로 주문이 몰렸다.

용각산은 보령의 성장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보령제약의 매출은 1966년 584만 원에서 용각산을 생산하기 시작한 1967년 1980만 원으로 뛰었고 이듬해에는 9442만 원까지 늘었다. 보령을 국내 제약시장에 본격적으로 알린 '효자 제품'이 된 셈이다.

용각산에는 길경(도라지), 행인(살구씨), 세네가, 감초가루 등 생약성분이 들어간다. 기관지의 점액 분비와 섬모운동을 촉진해 기침과 가래, 목의 불쾌감 등의 증상을 완화하는 진해거담제다. 미세분말을 그대로 복용해 목 점막에 직접 작용하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2001년에는 복용 편의성을 높인 '용각산쿨'이 등장했다. 기존 생약성분에 인삼과 아선약을 추가하고 숟가락으로 떠먹던 방식 대신 일회용 스틱형 과립제로 만들었다. 다양한 향을 적용하면서 생약 특유의 향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소비자로 소비층도 넓혔다.

광고도 세대를 따라 변했다. 과거 '용각산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라는 광고 문구로 미세분말이라는 특징을 각인시켰다면 최근에는 인기 캐릭터 '쿵야 레스토랑즈'와 협업하는 등 젊은 층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용각산에 또 다른 성장 계기가 됐다. 2022년 오미크론 유행과 재택 치료 확대로 진해거담제 수요가 늘면서 용각산 브랜드 매출은 전년보다 1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의약품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매출은 2020년 103억 원에서 2025년 241억 원으로 5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보령은 2023년 용각산쿨 50포 대용량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민트커피향과 블루베리향을 추가했다. 1967년 보령의 첫 의약품으로 출발한 용각산은 60년 가까이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며 장수 브랜드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1derlan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