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파마는 AI, 중국은 자본…K바이오가 샌디에이고서 마주한 현실[바이오 USA 결산]

스포츠 네트워킹 확대…파트너십 발굴도 진화
숙제는 자본, 자본 유입 확대 필요성 제기

23일(현지시간) 미국 힐튼 샌디에이고 베이프런트 내 코리아나잇 행사장 모습. 2026.6.23/뉴스1 ⓒ News1 문대현 기자

(샌디에이고=뉴스1) 문대현 기자 =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 2026'(바이오 USA)이 25일(현지시간)을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올해는 인공지능(AI)이 화두로 자리 잡았다. 또 미국의 대(對)중국 공급망 재편 기조와 이에 대응하는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의 전략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국 기업들도 기술력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웠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투자와 자본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현실도 확인했다.

올해 바이오 USA를 관통한 키워드는 단연 AI였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은 물론 임상시험 설계, 환자 모집, 데이터 분석, 제조 공정까지 AI를 접목한 사례가 행사장 곳곳에서 소개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AI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차별화 요소가 됐다.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 전경. ⓒ News1 문대현 기자

국내 기업들도 AI 기반 플랫폼을 적극 내세웠지만 해외 기업들 역시 AI를 기본 경쟁력으로 갖춘 만큼 기술 고도화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오 AI 기업 갤럭스의 석차옥 대표는 "신약개발은 이제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기술을 검증받는 단계"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화두는 공급망 재편이었다. 미국 정부의 탈중국 기조가 이어지면서 원료의약품과 위탁개발생산(CDMO), 임상시험 서비스 등 바이오 밸류체인 전반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올해 행사에는 중국의 참여가 극히 제한됐다.

대신 한국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국가들이 새로운 공급망 후보로 거론됐다.

24일(현지시간) '2026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이 열린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 내 사우디아라비아 부스. 2026.6.24/뉴스1 ⓒ News1 문대현 기자

실제 국내 기업들은 이번 행사에서 글로벌 파트너 발굴에 집중했다.

에이비엘바이오(298380),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 온코닉테라퓨틱스(476060) 등은 저마다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혈액뇌장벽(BBB) 플랫폼,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별화된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제약사들과 소통했다.

기술이전뿐 아니라 공동개발과 투자 유치, 글로벌 임상 협력까지 논의 범위도 한층 넓어졌다.

SK바이오팜(326030)은 행사 기간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 인실리코 메디슨과 신경면역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협력 계약 체결을 발표하기도 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4조 원이다.

14년 연속 바이오 USA에 단독 부스를 꾸린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위탁연구(CRO)와 위탁개발(CDO), 위탁생산(CMO)을 통합한 비즈니스 모델(CRDMO)을 내세웠다.

셀트리온(068270)도 AI 기술을 활용한 사업 확장을 위해 AI 존에 부스를 마련하고 자사의 주요 사업과 미래 성장 전략을 소개했다.

23일(현지시간) '2026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이 열린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이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2026.6.23/뉴스1 ⓒ News1 문대현 기자
기술수출 넘어 상업화로…국내 바이오 생태계 변화 요구

그러나 한국 바이오산업의 한계도 드러났다. 문제는 결국 자본력이었다. 또 향후 한국 바이오산업이 단순 기술수출을 넘어 임상 개념증명(PoC) 이후 대형 기술이전과 공동개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바이오 USA 역사상 최초로 열리는 '코리아 라이징(Korea Rising): 아시아의 차세대 혁신 허브에 늦지 말라' 세션에서 "한국은 초기 단계 혁신 기술은 많지만, 중국과 비교하면 이를 뒷받침할 재정적 능력이 부족하다"며 "이 부분이 가장 큰 한계"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기술수출 자체가 목표였다면 이제는 공동개발과 글로벌 사업화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대외협력본부장도 "한국의 바이오텍은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금방 알고 틈새시장도 잘 찾는다"며 "문제는 펀드 등 자본 유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 내 SK바이오팜 부스에서 북중미 월드컵 경기가 송출되고 있다. 2026.6.23/뉴스1 ⓒ News1 문대현 기자

한편 올해 행사는 월드컵 기간과 맞물려 비즈니스 분위기가 예년과 달랐다. SK바이오팜과 브라질관 등 여러 부스 전광판에 축구 중계를 틀었다.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전광판 앞으로 모여들었고, 지나가던 관람객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화면을 바라봤다.

국적은 달라도 축구라는 공통 관심사 앞에서 참가자들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교류했다.

한 참가자는 "딱딱한 회의실을 벗어나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후속 협력으로 이어가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 주위가 야구팬과 바이오 종사자들로 혼잡하다. 2026.6.23/뉴스1 ⓒ News1 문대현 기자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