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종전에 숨 돌리는 K-바이오…공급망 안정 기대

유가 하락·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합의에 물류비 부담 완화 전망
금리 인하 기대 재부각…바이오벤처 자금 조달 여건 개선 기대감

미국 성조기와 이란 국기 일러스트. 2026.03.23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기본 합의에 도달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공급망 안정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전쟁 기간 급등했던 국제유가와 물류비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의약품 생산과 수출 환경 개선에 대한 전망이 나온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잦아들면서 위축됐던 바이오 투자심리도 회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14일(미국 현지시간) 전쟁 종식을 위한 기본 합의에 도달했다. 양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60일간 휴전에 들어가기로 했으며 이번 주 최종 서명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장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휴전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4% 넘게 하락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84달러 선까지 떨어졌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80달러 아래로 내려오면서 글로벌 공급망 불안도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국내 바이오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물류다. 전쟁 기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해상·항공 운임이 급등했다.

특히 엄격한 온도 관리가 필요한 바이오의약품과 원료의약품(API)의 경우 콜드체인 운송 비용 상승과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업계 부담이 가중됐다. 방사성의약품(RPT)과 세포·유전자치료제(CGT)는 항공 운송 의존도가 높고 운송 시간이 제한적인 만큼 물류 비용 변동에 더욱 민감한 분야로 꼽힌다.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CDMO 기업들도 항공 운송 비중이 높아 물류비 변동에 민감하다. 운송비 안정화는 고객사의 생산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수주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의 중국 바이오 견제가 강화되면서 우시앱텍 등 중국 CDMO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점과 맞물려 국내 기업들의 반사이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과 원부자재의 경우 콜드체인 관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물류 안정성은 CDMO 기업이 고객사에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다만 CDMO 사업은 장기 계약 기반이 많은 데다 미국 중심의 규제 환경 변화가 더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관련 동향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료의약품을 수입하는 국내 제약사들도 수혜가 예상된다. 인도와 중국에 의존하는 원료 조달 비용이 안정화되면 수익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나프타 수급이 안정되면 수액백 등 필수 의료제품의 생산 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심리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전쟁 국면에서는 국제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유가가 안정되면 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높아지면서 바이오주를 비롯한 성장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글로벌 금리 인하 시점이 여전히 불확실한 데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후에도 물류망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논의가 현실화하면 호르무즈 해협 통항 불안과 국제유가 급등, 물류 차질 같은 리스크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 원료 의존도를 낮추고 지속 가능한 의약품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원료의약품 자급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