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약 만든다"…신약 개발 기간 줄어드나
LED로 기존 약 '후기 단계 수정' 가능
독성 화학물질 없이 합성…제약 공정 부담 낮아질지 관심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신약을 만들 때 필수적으로 여겨지던 독성 화학물질이나 희귀 금속 촉매 없이 빛만으로 약의 구조를 바꾸는 기술이 등장했다. 이미 만들어진 약도 다시 만들지 않고 일부만 바꿀 수 있어 신약 개발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따르면 어윈 라이스너 교수 연구팀은 최근 LED 빛을 이용해 의약품 분자의 구조를 선택적으로 바꾸는 합성 기술을 개발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신테시스'(Nature Synthesis)에 게재됐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가시광선을 이용해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광촉매' 원리다. 강한 화학물질 대신 빛을 이용해 분자 구조를 바꾸는 방식이다.
기존 신약 합성은 팔라듐이나 이리듐 같은 값비싼 희귀 금속 촉매나 강한 산성 물질을 활용해 고온·고압 환경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유독성 부산물이 발생하고 공정이 복잡해 비용과 환경 부담이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연구진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LED 빛을 활용해 상온에서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방식을 구현했다. 특히 기존 방식으로는 반응을 유도하기 어려웠던 '전자 결핍'(electron-poor) 상태의 화합물까지 적용 범위를 넓힌 점이 특징이다.
이는 반응성이 낮아 다루기 까다로운 물질까지 더욱 쉽게 변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별도의 독성 물질 없이도 탄소 결합을 형성할 수 있어 더 단순하고 친환경적인 공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미 완성된 약의 구조를 일부만 선택적으로 바꾸는 '후기 단계 수정'(late-stage functionalization)이 가능하다는 점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약물의 효능을 높이거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구조를 일부 변경하려 해도 분자를 처음부터 다시 합성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 수개월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번 기술을 활용하면 특정 부분만 더 빠르게 수정해 약물 특성을 최적화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신약 후보 물질을 최적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라이스너 교수는 "기존에는 분자를 다시 설계하고 합성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지만 이번 방법은 이미 존재하는 분자를 직접 수정할 수 있게 해준다"며 "이는 약물 개발 과정에서 새로운 접근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kuko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