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태우고 배당 늘린다…제약·바이오 주주환원 본격화
셀트리온 1.7조·한미 766억 소각…기업별 전략 차별화
밸류업·상법개정 맞물려…배당정책 명문화 확산
- 구교운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과거 연구개발(R&D) 중심에서 벗어나 주주환원 정책을 병행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배당 확대와 정책화, 자사주 소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주환원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기업별로 선택하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각 사의 재무 구조와 성장 단계에 따른 전략 차이도 드러난다.
가장 큰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곳은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1조7154억원 규모의 자사주 911만주를 다음 달 1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발행 주식 총수의 약 4%에 해당하는 규모다.
셀트리온은 또 주당 75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자본준비금을 활용한 비과세 배당 방식으로, 주주 수익률을 고려한 구조다.
한미그룹 역시 상장 3사를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 대열에 합류했다.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제이브이엠(JVM) 등 3사는 각각 보유한 자사주의 70%를 소각하고 나머지 30%를 임직원 보상에 활용하기로 했다. 3개 사의 합산 소각 규모는 총 766억 원 수준이다. 이는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주주들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환원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배당 확대를 통한 주주환원도 이어지고 있다. 파마리서치는 주당 배당금을 1100원에서 3700원으로 늘렸으며 알테오젠은 창사 이래 처음 주당 371원(총액 200억 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다. 일동제약은 주당 2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하며 7년 만에 현금배당을 재개했다.
유한양행은 보통주 1주당 600원(총 449억 원)을 배당하기로 확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19.7% 증가한 규모로 전통 제약사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환원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다.
이 같은 흐름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과도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배당을 정책으로 명문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삼진제약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배당성향을 20% 이상 유지하겠다는 중장기 배당 정책을 공시했으며 고려제약도 3개년 평균 배당성향을 약 25%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배당성향을 사전에 제시하며 주주환원 계획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처럼 배당을 사전에 정책으로 제시하는 방식은 투자자 입장에서 향후 현금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들은 배당의 지속성과 예측 가능성을 주요 투자 판단 기준으로 삼는 만큼 중장기 배당 정책 공시는 기업가치 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주주환원 확대는 '기업 가치 상승-자본 조달 용이-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단순한 신약 개발 기대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성과 주주 가치를 동시에 증명하는 '신뢰 경영' 단계로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주주환원 확대 흐름이 상법 개정 논의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방향의 상법 개정 논의가 이어지면서 기업들도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부담이 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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