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제약사, 개정상법 정면 돌파…자사주 소각해 주주가치 띄운다

셀트리온, 이달 주총서 자사주 911만 주 소각안 의결 예정
유한양행·GC녹십자도 소각 행렬…'자사주 맞교환' 중견 그룹과 대비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국내 대형 제약·바이오 업계가 개정 상법 시행에 따라 대규모 자사주(자기주식) 소각에 나선다. 시행 전까지 우호 세력과 주식을 맞바꾸며 경영권 다지기에 나섰던 중소 업체들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상대적으로 지배구조가 안정된 데 따른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이번 달 주주총회에서 911만 주 규모의 자사주 소각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당초 611만 주 소각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임직원 스톡옵션 지급용으로 남겨뒀던 약 300만 주까지 소각하기로 했다.

이번달 소각 예정인 911만 주는 셀트리온이 보유한 전체 자사주의 74%에 해당하는 규모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불안정한 시장 환경 속 주주 권익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경영 방침에 따른 결단"이라고 밝혔다.

유한양행은 올 1월 362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2024년 '2027년까지 자사주 1% 소각'을 줄기로 하는 밸류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주주환원율도 30%를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또 다른 대형사인 GC녹십자는 현재 전 그룹사의 자사주 소각을 검토 중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다양한 주주 친화 정책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이같은 행보는 이달 시행되기 시작한 개정 상법에 따른 것이다. 법에 따라 앞으로 모든 상장사는 취득한 자사주를 1년 안에 소각해야 한다.

법안의 취지는 '주주가치 제고'다.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주당 순이익이 늘어나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대형사들의 이같은 자사주 소각 행렬은 중소 제약사와 대비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앞서 현대약품은 지난달 27일 신풍제약, 삼일제약과 각각 295억 원, 16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교환했다. 현대약품은 같은 날 대화제약과도 108억 원 규모의 주식을 맞바꿨다.

중견·중소 업체의 경우 지배구조가 완전히 자리잡지 않은 탓에 그간 우호세력과 자사주를 맞바꾸는 식으로 지배력을 강화해 왔다.

여기에 대형사 특성상 다수의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가 많은 만큼, 최대한 정부에 협조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상대적으로 지배구조가 안정돼 있어 자사주를 소각할 여유가 있다"며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사업에 나서는 대형사로서는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hyu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