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소용돌이…K-제약바이오 '파머징' 공략 주춤 "모니터링 지속"

사우디·UAE 거점 진출 전략 지정학적 리스크에 예의주시
호르무즈 해협 마비 시 중장기 타격…제약바이오주 반등 지연

이란 테헤란 시내에서 이스라엘과 미군의 공격으로 먼지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전면전 수준으로 확대되면서 중동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직접적인 교전국인 이란과 이스라엘을 향한 의약품 수출 규모 자체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사태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인접국으로 군사적 충돌이 확산될 시 유류비·물류비 인상과 현지 파트너십 지연 등 일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시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는 3월에 기대하던 순환매 투자 심리 기대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장사 투자 유치는 지지부진하던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UAE 진출 K-에스테틱·신약 기업 "모니터링 중"

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이스라엘은 최근 이란과의 협상이 불발하면서 현지에 군사행동을 강행했다. 이에 반발한 이란이 카타르,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에 위치한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진행하면서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이어 이란이 국제 원유의 3분의 1이(1/3) 지나다니는 것으로 알려진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국제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단기적으로 현지에 진출한 에스테틱·신약 기업의 사업에 일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적으로 봉쇄될 시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상 등으로 생산 분야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최근 몇 년간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해 보건의료 산업 육성에 투자 중인 중동 국가들과 밀착해 왔다.

에스테틱 분야 선도기업인 대웅제약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자사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를 정식 출시하며 현지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었다. 휴젤은 UAE에서 '보툴렉스'의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중동 전문 유통 파트너사와 함께 본격적인 판매망 구축에 나선 상태였다. 메디톡스는 주력 히알루론산 필러 제품인 '뉴라미스'의 UAE 허가를 획득했다.

전문의약품과 신약 분야의 진출도 활발히 진행 중이었다. 한미약품과 HK이노엔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선두 제약사인 타북제약과 독점 라이선스 수출 계약을 맺고 호중구감소증 신약 '롤론티스'와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의 현지 공급망을 다지고 있었다. 대웅제약은 국산 당뇨병 신약 '엔블로'의 사우디 품목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현지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지역은 미용·에스테틱 수요가 높은 시장이지만 최근 정세를 감안했을 때 현지 여건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방침이다. ⓒ 로이터=뉴스1
수출 직격타 제한적…호르무즈 해협 물류 대란 우려

이란과 이스라엘 등에 대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직접적인 수출액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관세청 등 수출입 무역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이스라엘과 이란 지역 의약품 수출액은 연간 약 17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하는 사업과 관련해서는 대개 거래 계약상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사유가 발생할 경우 계약 기간이 자동 연장되거나 페널티를 면제받는 조항이 포함된다. 이러한 조항을 포함했을 시 계약을 맺고 현지 진출을 목표하던 기업들은 당장의 직접적인 재무적 손실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장기적으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시 국내 업체들이 입을 수 있는 타격이 커질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중동을 향하는 해상 물류망이 마비될 수 있다.

국내에서 생산한 완제의약품이나 바이오시밀러를 중동 파트너사로 넘겨야 하는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운송로 확보 자체가 어려워지거나 할증 운임을 지급해야 할 수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장기적으로 공급망 이슈가 발생할 시 수출 등이 경색될 수 있어 관련된 지원책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유사한 경험을 이미 잘 극복한 사례가 있으니 적극 대응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과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뉴스1 황기선 기자
증시 제약바이오 업종 3월 순환매 기대감 지연

증시에서 제약바이오 업종은 3월 매수세가 순환하는 순환매 기조에 따라 반등을 기대했지만 이란 전쟁으로 투자 심리에 악영향이 있을 시 주가 상승세가 지연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2월 실적 발표 시즌에는 호실적을 기록한 대형 업종으로 투자금이 몰렸다가 3월을 기점으로 분야별 순환매가 이뤄지면서 제약바이오 섹터로 자금이 유입되는 흐름을 보였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 대표는 "2월에 집중된 각종 회계와 감사 이슈로 주춤한 제약바이오 주가는 3월 기관 등의 선순환 매매를 통한 반등이 예상됐다"면서 "그러나 이번 이란 전쟁으로 자금 유입 시기가 다소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장사에 대한 벤처캐피탈(VC) 등의 투자는 최근에 활발하지 않았던 상황"이라면서 "비슷한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