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K-바이오, 둘째 날도 '잭폿'은 없었다…"씨 뿌리고 열매 기다려야"
[2026JP모건 콘퍼런스] 기술력 가진 바이오텍, 글로벌 IR 집중
중요한 건 JPM 행사 이후…"빅파마에 후보물질 홍보가 우선"
- 문대현 기자
(샌프란시스코=뉴스1) 문대현 기자 =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산업 투자 행사 '제44회 JP모건(JPM)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가 중인 K-바이오가 둘째 날인 13일(현지시간)도 빈손으로 마무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이 각각 메인 트랙에 섰지만, 기대했던 '빅딜' 소식은 없었다.
다만, 당장의 잭폿을 노리기보다는 먼저 빅파마의 전략을 파악한 뒤 추후 협업 기회를 노리는 게 현실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이 각각 메인 트랙에 서 눈길을 끌었다. 메인 트랙은 500여개 발표 기업 중에서도 선별된 25개 기업만이 설 수 있는 무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아스트라제네카(AZ), 일라이 릴리(Eli Lilly) 등 유수의 글로벌 빅파마들과 나란히 행사 이틀 차에 발표가 배정되며 높아진 위상을 실감케 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JP모건으로부터 10년 연속 공식 초청을 받았다. 짙은 남색 넥타이에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한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해 인적 분할 완수를 주요 성과로 앞세워 발표했다.
투자자와 바이오 종사자 등 글로벌 관계자들은 존 림 대표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이들은 메모하거나 휴대전화에 발표 장면을 담는 등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어진 셀트리온 발표에선 서정진 회장의 장남 서진석 대표가 나섰다. 서 대표는 지난해 이 행사에서 아버지 서 회장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당시는 서 회장을 서포트하는 역할이었다면, 올해는 단독으로 연단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오전부터 이어진 메인 트랙 발표의 마지막 순서였기에 다수 청중이 장내를 빠져나가면서 다소 한산했지만, 서 대표는 그간 회사의 신약 개발 성과와 아직 공개되지 않은 파이프라인을 포함한 신약 개발 로드맵을 소개하는 데 열중했다.
이날 현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만 움직인 건 아니었다. 공식 행사장 인근 다른 호텔에선 한국바이오협회 주도로 'Global IR @ JPM'이 열렸다.
샤페론(378800), 에버엑스, 솔루엠헬스케어, 뉴라클 등 국내외 바이오 기업 10개 사가 해외 투자자 17명을 상대로 자사 기술을 홍보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발표와 겹쳐 주목도는 덜했지만, 열기만큼은 메인 트랙에 버금갔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기술수출의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이날 기업 발표 외에 언론에 전해진 K-바이오의 JPM 관련 소식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라쿠텐메디칼과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는 정도였다. 이 자체도 긍정적이지만, 온전히 JPM을 통해 이룬 성과로 보기엔 다소 부족하지 않냐는 얘기가 업계 관계자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대신 아스트라제네카가 인공지능(AI) 기반 항암 신약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 AI 기업 모델라AI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행사 전까지 이번 JPM에서 K-바이오 업체들이 글로벌 거래의 물꼬를 틀 기회라는 전망이 나왔기에 중간 성적표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마냥 아쉬워할 일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당장의 빅딜 여부보다 글로벌 빅파마와 연구개발(R&D)·상업화 전략을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과거 유한양행(000100), 한미약품(128940) 등이 JPM을 계기로 글로벌 제약회사들과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지만, JPM 현장에서 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었다. 이 회사들은 JPM 무대에서 빅파마에 자사 후보물질을 각인시킨 뒤 수개월 뒤에 잭폿을 터트렸다.
업계 종사자는 "JPM을 단거리 달리기로 보기보다는 마라톤으로 보는 게 더욱 합당하다"며 "업체들은 씨를 뿌린다는 개념으로 기술력 있는 자사 후보물질을 최대한 빅파마에 노출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국내 대형 제약사 정도 외에는 중소 규모의 바이오 업체들이 자본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K-바이오가 각종 규제에 허덕이는 동안 중국의 기술은 이미 정점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한 바이오 관계자는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바이오산업에 큰돈을 쏟아부으면서 유럽,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됐다"며 "반면 우리 바이오텍의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최근 K-바이오 성과를 내세우고 있는 정부가 되돌아봐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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