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임플란트·입에 넣는 필름까지…'먹는 위고비' 다음은 제형 전쟁

효능만으론 부족…'얼마나 편하게 오래'가 시장 판도 좌우
경구제 상업화 신호탄…패치·임플란트·전달장치까지 총출동

서울 시내의 한 약국에 위고비 입고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12.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경구용 비만치료제가 다시한번 글로벌 제약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먹는 위고비'가 본격 유통 단계에 들어가면서, GLP-1 시장의 경쟁 축이 체중 감량률만에서 '얼마나 편하게, 얼마나 오래 약효가 지속되는가'로 초점이 이동하는 모습이다.

경구제의 상업화가 문을 열자, 후속 주자들은 붙이는 약(패치) 외에도 월 1회 주사, 반년짜리 임플란트, 비강·설하(혀밑 필름) 제형, '먹는 캡슐' 같은 전달 장치까지 총동원하며 제형 자체가 다른 비만약을 쏟아내려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먹는 위고비'가 만든 파동…'효능'에서 '복약 경험'으로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FDA는 2025년 12월 22일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25mg)를 승인했다. 로이터는 임상에서 64주 평균 체중감량(약 16%대)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후 1월 5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전역에 유통되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주사 대신 알약'이라는 단순 대체에 그치지 않는다. 주사제(주 1회)로 시장이 커질수록, 동시에 커진 약점은 치료 진입 장벽(주사 거부감)과 장기 복용의 피로감이었다. 노보는 경구제를 통해 이 장벽을 낮추고, 주사제 영역에서 놓치던 환자군을 새로 흡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를 계기로 전세계 비만약 개발 및 승인의 흐름도 빨라졌다. '마운자로'를 개발한 릴리는 경구 소분자 GLP-1 후보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에 대해 FDA에 NDA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미국 바이오텍인 스트럭쳐 테라퓨틱스(Structure Therapeutics)는 알레니글리프론(aleniglipron) 임상 프로그램에서 체중감량 톱라인을 발표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붙이고, 뿌리고, 심고, 한 달에 한 번' 제형 다변화 가속

편의성 경쟁의 핵심은 '같은 GLP-1이라도 전달 방식이 바뀌면 제품이 바뀐다'는 데 있다. 그래서 패치는 대표 예시일 뿐, 뒤에서 더 다양한 시도가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먼저 '붙이는 약'이다. 마이크로니들 패치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 패치의 인체 약동학(PK) 데이터가 공개되는 등 '주사 공포'를 낮추려는 접근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기업으로는 대웅제약 등이 있다.

'심는 약'도 나온다. 반년짜리간 약효가 이어지는 장기지속형 피하 임플란트 등이 거론되는데, 미국의 비바니 메디컬은 6개월 지속형 GLP-1 임플란트 개발을 공개한 데 이어 비만약인 세마글루타이드 임플란트 임상 개발 계획도 투자자 공시했다.

투여 간격을 더 늘리는 '월 1회 주사'도 존재감이 커졌다. 실례로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는 암젠의 월 1회 투여 제형 '마리데바트 카프라글루타이드'(MariTide, maridebart cafraglutide) 2상 결과가 게재되며 주목을 받았다. 또 아슬레티스(Ascletis)는 '하나는 경구(매일), 하나는 월 1회 피하 주사'처럼 동일 후보를 서로 다른 제형으로 확장하는 콘셉트도 제시한 바 있다.

아울러 구강용해 필름(ODF)처럼 삼키는 알약조차 부담인 층을 겨냥한 포맷도 기업 발표로 나오고 있다.

'먹는 캡슐' 같은 전달 장치도 나온다. 경구로는 흡수가 어려운 펩타이드/주사약을 캡슐형 장치로 위장관에서 전달하려는 시도다. 라니 테라퓨틱스(Rani Therapeutics)는자사 캡슐(RaniPill)로 세마글루타이드를 경구 전달한 전임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이들이 새로운 제형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GLP-1이라는 타깃 자체가 검증된 만큼, 후속 제품은 약효를 조금 더 내는 것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반대로 복약 편의성과 순응도(장기 지속)는 환자군을 새로 열고, 처방 유지율과 시장 파이를 동시에 흔들 수 있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GLP-1을 활용하는 기술은 생각만큼 새롭거나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고 평가받는다"라며 "이미 신호탄이 쏟아진 상황에서 기존 기술력을 갖춘 업체와 손잡거나 이를 활용한 신약을 개발해 편의성을 크게 개선하면 비만약의 새로운 한 축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설명했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