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만 먹어도 수술 효과 '캄지오스', 심장 커진 환자에 새 희망[약전약후]

돌연사 유발 '비대성 심근병증' 근본 치료제로 우뚝
1일 1회 복용해 심장 기능·운동 능력 강화 효과

비대성 심근병증 치료제 '캄지오스'(성분명 마바캄텐).뉴스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면 기능이 강화되는 것을 넘어 오히려 심장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위험한 수술 외에는 '커진 심장'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던 차에 먹는 것만으로 수술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약물이 등장했다.

심장 근육을 이루는 물질인 액틴과 마이오신이 과도하게 결합하면, 수축이 지나치게 강해지고 심장 근육이 두꺼워진다. 이 경우 심장 근육이 충분히 이완되지 못해 혈액 공급이 원활해지지 않는다.

'비대성 심근병증'은 이처럼 심장에 근육이 붙어 더 커지면서 발생할 수 있다. 비대성 심근병증은 심장 돌연사의 원인으로 꼽힌다.

돌연사는 경쟁적인 스포츠나 강도 높은 운동과 관련이 높아 운동 중 비대성 심근병증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많다. 비대성 심근병증으로 사망한 유명 운동선수도 다수다.

캄지오스, 비대성 심근병증 치료 패러다임 교체

비대성 심근병증의 대표 증상은 △호흡곤란 △흉통 △가슴 두근거림이다. 환자들은 계단은 오르거나 빠르게 걷는 가벼운 활동만으로도 숨이 차거나 가슴 통증을 느껴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기존 치료 방법은 이러한 증상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단기적 증상 완화를 위한 약물 치료와 수술 치료가 가능했다. 수술은 위험 부담이 커 일부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시행돼 근본 치료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존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신약 '캄지오스'(성분명 마바캄텐)가 2023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국내 환자들의 희망이 됐다.

캄지오스는 비대성 심근병증의 근본 원인인 심장 근육의 과도한 수축을 직접적으로 조절하는 '마이오신 억제제'다. 액틴과 마이오신의 과도한 교차 결합 수를 감소시켜 심장의 과도한 수축력을 낮추고 이완 기능을 회복시킨다.

캄지오스는 증상 완화에 그쳤던 기존의 약물 치료와 달리 질환의 원인을 겨냥한 최초의 치료제다. 이를 통해 증상성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러한 혁신성을 인정받아 의약품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 갈리앵상'(The Prix Galien Awards)을 수상했다.

캄지오스, 연구·실제 처방서 '먹는 수술' 효과 증명

하루 한 알 복용하는 캄지오스의 강력한 효과는 기존의 단기 증상 완화에 그쳤던 약물 치료와 비교된다. 캄지오스가 '먹는 수술'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뉴욕심장학회는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의 육체적 활동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뉴욕심장학회 등급(NYHA)을 제시하고 있다. 총 4단계로 이뤄졌다. 숫자가 높아질수록 신체 능력의 하락을 의미한다.

캄지오스의 증상 완화와 운동 능력 개선 효과는 2건의 임상 3상시험(임상명 EXPLORER-HCM·VALOR-HCM)에서 입증됐다.

EXPLORER-HCM 임상에서 캄지오스는 위약군보다 심장 기능과 운동 능력을 개선했다. 캄지오스를 복용한 환자의 절반(49.6%)이 치료 30주 후 증상이 가장 낮은 NYHA 1단계로 호전됐다.

또 캄지오스 치료 환자의 74%는 운동 후 최대 좌심실 유출로 압력차가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기준인 50수은주밀리미터(50mmHg) 미만으로 수치가 개선됐다.

이러한 결과는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장기 연장 연구(임상명 MAVA-LTE)에서도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최대 3.5년의 장기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캄지오스는 수술 없이 약물만으로도 증상을 안정적으로 개선했다. 중격 절제술이 필요한 환자 대상으로 한 VALOR-HCM 연구 결과, 캄지오스 치료 환자의 82.1%가 수술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증상과 주요 지표가 호전됐다.

국내 환자 대상 효능 확인…보험 적용해 접근성 향상

국내 환자 중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우리나라 환자 대상 실제 임상 근거(RWE) 연구 결과를 통해 데이터가 확인됐다.

국내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환자 46명에게 캄지오스를 투여한 결과, 절반 이상(58.1%)의 환자가 최소 1단계 이상의 NYHA 등급 개선을 기록했다. 좌심실 유출로 압력차 역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막강한 연구·실제 처방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캄지오스는 국내 폐색성 비대성 심근병증 치료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환자 치료 접근성을 향상하고 있다.

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