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불로초 대신한다"…디지털 치료제가 여는 '노화 역전' 시대

[노화역전의 꿈]⑭ DTx, 항노화 시장의 핵심 축으로
DTx 글로벌 시장 규모 77억 달러→2030년 325억 달러

편집자주 ...노화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는 시간의 흐름이었다. 그러나 이제 과학은 그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을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묻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세포를 젊게 되돌리는 실험이 이어지면서, '노화 역전'이라는 개념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뉴스1은 이번 기획을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노화역전을 집중 조명한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불로초를 찾는 고대의 탐험처럼 인공지능(AI)이 생로병사의 비밀을 푸는 도구가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헬스 기술의 결합이 '노화 역전'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단순히 AI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거나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던 단계를 넘어, 질병의 진행 경로를 되돌리고 생리적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 전략까지 설계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 치료제(DTx)가 있다. DTx는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는 새로운 형태의 치료 기법이다. 환자의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맞춤형 치료 솔루션을 제시하고, 약물 없이도 행동과 인지 교정을 통해 질환을 완화한다. 의료기기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건강관리 앱과는 다르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은 임상 시험을 통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받은 제품만을 DTx로 승인하고 있다. AI가 환자의 수면, 섭식, 스트레스, 인지 기능 등 생활 데이터를 분석하면 DTx는 이를 토대로 맞춤형 행동 처방을 제시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수면 데이터 분석 결과 생물학적 노화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나면 호흡 훈련이나 수면 패턴 조정 프로그램을 제안해 신체 리듬을 회복시킨다. 즉 AI가 진단하고 DTx가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구조로 의료 패러다임이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美, 일부 DTx '혁신 의료기기' 지정…신속 허가 절차

DTx는 이제 항노화 시장에서도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FDA와 EMA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뒤센 근이영양증, 심방세동 등 만성질환에 디지털 평가변수 기반 임상시험을 승인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임상적 유효성을 적극 검증하고 있다.

독일은 '디지털 헬스 애플리케이션'(DiGA) 제도를 통해 56개 이상의 DTx를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포함했고, 미국은 처방형 디지털 치료제(PDT) 제도를 통해 46개 제품을 승인했다. 특히 FDA는 AI 기반 디지털 치료제 일부를 '혁신 의료기기'로 지정해 신속 허가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 차원의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3년 2월 에임메드의 불면증 치료용 디지털 치료제 '솜즈'를 시작으로, 웰트의 '웰트아이', 뉴냅스의 '비비드 브레인', 쉐어앤서비스의 '이지브리드' 등을 연이어 허가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디지털 치료제의 보험 수가 적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며, 산업통상자원부는 AI·웨어러블 기반 '디지털 융합의약품'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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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x 글로벌 시장 규모 2030년 325억 달러 전망

국내에서는 웰트, 이모코그, 뉴냅스, 쉐어앤서비스 등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웰트는 불면증과 섭식장애 치료용 DTx를 개발하며 국내 디지털 치료제 산업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AI가 수면·대사 데이터를 학습해 개인별 생체 리듬을 분석하고, 향후 노화 관리 솔루션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챗GPT가 책으로 공부한 의사라면, DTx는 환자를 보며 배우는 인턴 의사"라며 "인간 의사가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 수는 제한적이지만 AI는 하루 10만 명의 환자를 보며 그만큼 생로병사의 데이터를 쌓고 그 비밀을 풀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모코그는 인지장애 및 치매 예방을 위한 디지털 치료제 '코그테라'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55세 이상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루 두 차례, 12주간 뇌 훈련을 제공하는 모바일 앱이다. 서울보라매병원·세브란스병원 등 7개 기관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을 통해 기억력 향상과 치료 지속 효과가 입증됐다. 경도인지장애(MCI) 치료 목적으로 허가받은 최초의 DTx다.

노유현 이모코그 공동대표는 "앞으로는 고령층에서도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것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용성에서 개선이 획기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DTx의 가장 큰 장점은 인건비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노화를 관리,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DTx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76억 7000만 달러(약 11조 1000억 원)로 추정되며, 2030년에는 325억 달러(약 47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203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27.77%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1derlan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