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위험 42% 낮춘 BRCA 변이 유방암 치료제 '린파자'[약전약후]
BRCA 변이, 유전성 유방암서 비중 절반 차지
전체생존기간 개선 입증…재발 예방 표준치료 자리매김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여성 암 가운데 발병률 1위인 유방암은 완치 이후에도 재발과 전이 위험이 높아 조기부터 장기 생존율 관리가 중요한 질환 중 하나다. 유방암은 원인에 따라 크게 유전성, 가족성, 산발성으로 구분된다. 이 중 약 5~10%를 차지하는 유전성 유방암의 절반 이상은 'BRCA(BReast CAncer gene) 변이'와 관련됐다.
BRCA 유전자는 손상된 DNA를 복구하고 종양 형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변이가 생기면 이러한 방어 기전이 무너져 유방암 발병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BRCA 변이를 보유한 여성은 70세 이전 유방암 발병 확률이 45~65%에 이른다. 일반 환자보다 더 이른 연령에서 발병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이들 환자군은 뇌 전이 발생률이 높고, 반대 측 유방암 발생 위험 역시 3.4~4.5배 증가한다. 질환 공격성이 커 조기부터 환자 특성에 맞는 치료 전략 수립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예후가 불량한 gBRCA(germline BRCA) 변이 유방암에서 치료 전략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약제가 있다. PARP(Poly ADP-ribose polymerase) 억제제인 '린파자'(성분명 올라파립)다.
PARP는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효소다. 린파자는 이를 억제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기전이다. 이를 통해 린파자는 gBRCA 변이가 있는 전이성 유방암뿐 아니라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도 생존기간을 연장하며 표준 치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린파자는 지난 2019년 '이전에 항암화학요법 치료 경험이 있는 gBRCA 변이 HER2 음성(HER2-) 전이성 유방암 성인 환자의 치료'로 처음 허가를 받았다.
이후 2023년 '이전에 수술 전 보조요법 또는 수술 후 보조요법 조건에서 항암화학요법 치료경험이 있는 gBRCA 변이 HER2- 고위험 조기 유방암 성인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까지 적응증을 확대했다. 이는 전이 이후 치료 중심에서 재발 예방 중심으로 치료 전략을 확장한 변화로 평가된다.
린파자는 올림피아(OlympiA) 3상 임상시험에서 gBRCA 변이 HER2-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전체생존율(OS) 개선을 입증하며 치료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었다.
올림피아 연구는 국소 치료·선행 또는 보조 화학요법을 받은 gBRCA 변이 HER2-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 183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린파자군의 36개월 차에 침습적 무질병 생존율(iDFS)은 85.9%로 위약군 77.1% 대비 유의미하게 높았다. 또 국소재발 또는 전이, 사망 위험이 42% 낮았다. 원격 무전이 생존율(DDFS)은 린파자군 87.5%, 위약군 80.4%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추적관찰기간 중앙값 3.5년에서 분석한 결과 린파자군의 OS는 4년 시점에서 89.8%로 위약군 86.4% 대비 수치적으로 높았다. 사망 위험은 32% 감소했다.
전이성 환자에서도 린파자의 임상적 유용성은 확인됐다. 최대 2가지 항암화학요법 경험이 있는 gBRCA 변이 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올림피아드(OlympiAD) 임상에서 린파자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7.0개월로 비교군 4.2개월 대비 길었다. 사망 위험은 42% 감소했다.
이 같은 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린파자를 gBRCA1·2 변이 HER2- 유방암 환자의 수술 후 보조요법과 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에서 우선 권고하고 있다.
린파자 처방을 위해 필수적인 gBRCA 진단 검사는 국내에서 아직 제한적으로만 보험급여가 적용된다.
현재 급여 기준은 △유방암이 진단되고 환자의 가족과 친척에서 1명 이상 유방암, 난소암, 남성유방암, 전이성 전립선암, 췌장암이 있는 경우 △만 40세 이하에서 진단된 유방암 △만 60세 이하에서 진단된 삼중음성 유방암 △양측성 유방암 △유방암과 함께 난소암 또는 췌장암이 발생한 경우 등으로 한정된다.
반면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국내 gBRCA 급여 가이드보다 폭넓은 환자에게 gBRCA 검사를 권고한다. gBRCA 변이 유무는 치료 전략을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로 검사 대상 확대와 검사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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