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1조 매출 '블록버스터' 창출이 미래"
김열홍 유한양행 사장 '비전 2030 실현 제3차 혁신포럼'서 발표
폐암 신약 '렉라자' 성공 모델 구축…제약바이오 생태계 선도
- 황진중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연 매출 1조 4000억 원 이상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전략은 '오픈이노베이션'이 제시됐다.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R&D) 총괄 사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비전 2030 실현 제3차 혁신포럼'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글로벌 진출' 세션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우선 김열홍 사장은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에 진출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국내 시장 규모의 한계와 자동차, 반도체와는 다른 산업적 특수성 때문에 글로벌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 "신약개발은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국민 안전 보장을 위한 필수품이자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글로벌 진출의 목표는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탄생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록버스터 신약은 연 매출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 이상을 달성하는 의약품을 의미한다.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로는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우선 블록버스터 약물이 제약사 매출에 크게 기여한다는 이유가 제시됐다. 발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상위 20개 글로벌 제약사는 전체 승인 약물 471개에서 36개 블록버스터 의약품을 확보하고 있었다. 비중 7%를 차지하고 있는 이 신약의 매출 비중은 70%를 차지했다.
의약품 시장의 특수성도 고려됐다. 신약개발은 막대한 R&D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승자독식' 시장으로 구축된다. 기존 대비 더 효능과 안전성이 좋은 약물이 출시되면 기존 약물이 구축한 시장을 신약이 모두 차지하는 방식으로 대체가 이뤄진다.
또 R&D 투자 대비 수익성을 분석한 결과 블록버스터급 약물만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보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사장은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확보할 수 있는 압도적인 매출은 수많은 실패의 손실을 메우고, 고위험 신약개발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이라면서 "1등 제품을 만들어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자리 잡게 하지 않으면, 후속 신약을 개발할 재원을 마련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한 기업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상업화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해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낼 역량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이다.
김 사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최적의 전략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제시했다. 유한양행은 10여 년 전부터 이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오픈이노베이션은 대학이나 연구소, 바이오벤처 등에서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도입해 전임상과 초기 임상 개발을 진행한 후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최종 상업화와 글로벌 시장 진입을 꾀하는 전략이다.
국내 오픈이노베이션 모범 사례로는 3세대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개발이 꼽힌다.
렉라자는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개발한 후보 물질을 유한양행이 도입해 임상 개발을 주도하고,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기술이전됐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으로부터 허가를 받으면서 블록버스터 약물로 성장하고 있다.
김 사장은 "렉라자는 단순히 기술이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임상과 연구자 주도 임상을 통해 계속해서 근거를 창출하고 시장에 침투하는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글로벌화 전략이 K-바이오의 중심이 될 것"이라면서 "이러한 성공이 쌓여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계속 창출된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빅파마가 탄생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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