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위고비·마운자로 오남용, 국감서 '뭇매'…정부, 제동 건다

비만약 처방 39.5만건·금기군 처방 논란…'품귀' 속 오남용 지적 잇따라
정은경 장관 "식약처와 공조해 오남용 관리·사후감시 강화할 것"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1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장도민 기자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 삭센다 등 GLP-1 계열(GIP/GLP-1 이중작용제 포함)의 무분별한 처방 실태가 도마 위에 올렸다. 정상 체중자·임부·청소년 등 금기·비대상군 처방 의혹과 부작용 급증이 잇따라 제기되자, 정부는 관리 미흡과 오남용 방지, 사후 감시를 약속하며 '제동'을 시사했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복지위 국감 질의에서 의원들이 위고비의 과다 처방과 금기군 처방, 부작용 관련 수치를 제시하며 강하게 질책했다. 이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계와 협의해 처방 관행 조정, 식약처 제도 활용" 등을 언급하며 관리·감독 강화를 예고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국회 복지위원회)실에 제출한 '병원종별 의약품적정사용정보(DUR) 점검 처방전수'에 따르면 9월 위고비 처방전수는 8만 5519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릴리의 마운자로는 7만 383건을 기록했다. 마운자로의 경우 출시 첫 달인 8월 집계에서는 1만 8579건에 불과했다.

서울 한 약국에서 약사가 '위고비'를 정리하고 있다. 2024.10.1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쉽게 맞고, 더 쉽게 퍼졌다"…어린이·임신부 등 오남용 횡행

비만치료제는 정상 체중자도 비교적 쉽게, 수 분 내 처방·구매가 가능했다는 사례가 많다. 처방이 쉬운 만큼 마운자로 출시 초기 품귀현상도 곳곳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허가·투여 기준(전문의약품, BMI 30 이상 또는 27 이상+동반질환)에 어긋나는 임신부 194건, 만 12세 어린이 69건 처방 의혹이 제시됐다. 비만과 직접 연관이 낮은 진료과에서의 처방 사례도 다수였다. 정신건강의학과·비뇨의학과·안과·치과 등 다양한 과에서 수천 건이 처방된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이에 복지위 국감에선 현행 허가사항과 현장 관행 사이에 괴리가 크고, 환자 선별과 금기 확인 절차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부작용 관련 지표도 우려를 키웠다. 식약처에 공식 보고된 이상사례는 2024년 49건, 2025년 3월까지 누적 94건 등 총 143건으로 집계됐지만, 허가서 경고 항목에 해당하는 병원 내원 집계는 이보다 많다는 자료가 공개됐다. 급성 췌장염 151명, 담석증 560명, 담낭염 143명, 급성 신부전 63명, 저혈당 43명 등 총 961명이 관련 증상으로 의료기관을 찾았고, 그중 159명은 응급실을 방문했다는 지적이다. 국감장에선 "공식 신고보다 실제 내원이 많다"는 점을 들어 이미 위험 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마운자로 제품 이미지 /사진제공 = 릴리
정부, 관리 한계 인정·제동…누구나 쉽게 처방받는 시대 끝날까

정은경 장관은 연이은 비판에 대해 "전문의약품 기준 준수는 타당하지만, 현행법 체계상 의사 재량이 인정돼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와 협의해 처방 관행을 조정하고, 식약처의 '오남용 우려 의약품' 제도와 시판 후 감시체계를 연계해 관리 수단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늦게나마 DUR 경보 고도화·모니터링 강화·이상사례 보고 체계 정비 등 실무 조치가 실행되면 최소한 '아무나, 아무 때나' 처방받을 수 있는 환경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제약업계도 비만이 아닌 이들도 간편 상담만으로 쉽게 처방받던 경로는 점차 좁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처방 전 환자 선별과 금기 확인, 초기 용량·증량 스케줄, 이상사례 대응 요령 같은 표준 체크리스트 요구가 커질 것이란 예상이다.

정 장관은 "의료기관의 처방 행태는 의료계와 적극 협의해 조정 방안을 강구하겠다"며 "식약처와 연계해 오남용 우려 의약품 관리와 시판 후 감시체계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j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