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노보진에 칼 빼든 정부…업계 "해외유전체 기업 전반 점검해야"

정은경 "노보진코리아 관련 사실관계 면밀 점검"
'민감 정보' 유전체, 국외 반출 규제는 공백상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0.1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정부가 중국의 유전체 분석 기업 노보진코리아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업계에서는 노보진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다수의 해외 기업이 국내에서 유전체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국외 데이터 반출과 보안 관리에 대한 규제는 여전히 공백상태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유전체 등 민감정보 보안을 강화하고 노보진코리아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면밀히 점검할 방침이다.

노보진코리아은 지난 6월 설립된 노보진의 한국 지사로, 유전체(Genome)와 멀티오믹스 분석 서비스를 국내에 제공한다. 노보진은 국내에서 수집한 유전자 샘플을 중국 본사로 보내 분석하는데, 이 과정에서 민감한 유전체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노보진코리아가 국내 최대 건강검진기관인 한국건강관리협회(건협) 건물에 입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복지위원들은 노보진코리아가 장비와 실험 인력 없이 소수 행정직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 대표가 국내에 상주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협회 보유 빅데이터에 대한 잠재적 접근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민감정보 보호가 최우선 과제"라며 "공유 실험실 입주기업의 데이터 접근 통제, 외부 반출 가능성, 해외 분석 의뢰 여부 등을 포괄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노보진코리아가 입주해 있는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물.(김정은 기자)

업계에서는 노보진만 문제 삼을 게 아니라 해외 유전·유전체 기업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유전체는 한 생명체가 가진 모든 유전정보(DNA)의 총합으로, 분석을 통해 개인 식별은 물론 질병 위험과 약물 반응 등 건강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어 보안과 규제 측면에서 민감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해외 기업들은 규제의 공백을 파고들어 민감한 데이터에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중국계 회사 진스크립트는 2021년 한국 법인을 설립해 유전자 합성, 단백질 제작, 시약 공급 등 연구자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진스크립트는 소비자 직접 의뢰(DTC) 서비스는 하지 않지만, 연구용 데이터가 국외 본사 서버로 이전될 경우 정보 유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해외 유전체 기업들이 온라인을 기반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직접 접근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23앤드미, 홍콩의 서클DNA, 일본의 진라이프 등은 한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직구 형태의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이처럼 온라인을 통한 직구 형태 서비스 역시 국내 규제망 밖에 놓여 있다. 소비자가 직접 키트를 구매해 검체를 해외로 보내면 분석과 데이터 저장은 해외 본사 서버에서 이뤄지는데, 데이터 처리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보안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전 정보의 국외 반출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거나 최소한 투명하게 관리·공시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노보진코리아 사태가 단순히 한 기업을 둘러싼 논란에 그치지 않고, 국내 유전체 데이터 보안 체계 전반을 재정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1derlan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