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 속 모더나, 日 공장 계획 철회…사노피는 美 공급망 재편
모더나, 일본 mRNA 의약품 생산 공장 계획 중단
사노피, CDMO 업체 서모 피셔에 공장 매각
- 김정은 기자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글로벌 제약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커진 정치적 불확실성 속 공급망과 생산 전략 재편에 나섰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선두주자 모더나와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는 각각 미국 내 입지를 강화하고,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투자는 유보하는 행보를 보인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모더나는 최근 일본 쇼난 헬스 이노베이션 파크에 건설 중이던 mRNA 의약품 생산 공장 건설 계획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2023년 해당 생산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는 일본 정부의 국산 백신 생산 시스템 구축 계획의 일환이었다.
모더나 측은 "전 세계 및 일본 내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를 공장 건설 철회 이유로 들었으나, 업계는 코로나19 백신 수요 급감과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판매 부진, 정치적 무역 리스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실제 모더나는 현재 백신 수요 감소와 정부 계약 축소로 실적 압박을 받고 있다. 올해 초에는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생물의학첨단연구개발국(BARDA)으로부터 조류 인플루엔자용 mRNA 백신 개발을 위해 약 5억 9000만 달러(약 8200억 원)의 지원을 받기로 했으나, 최근 미국 정부가 팬데믹 관련 예산을 삭감하면서 계약이 일부 취소 및 축소됐다.
이에 따라 모더나는 운영 구조 재조정을 단행했다. 회사는 2025~2027년까지 운영비용을 최대 17억 달러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며, 2027년 총 비용을 47억~50억 달러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뒀다.
이같은 전략 변화는 정치적 불확실성과도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외국산 의약품에 대해 "이달 말쯤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제약사들이 미국 내 생산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1년의 유예기간을 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미국은 의약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는 최대 200% 관세 부과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 모더나는 "미국 시장용 의약품 원료는 모두 매사추세츠주에서 생산되고 있어 관세 영향은 미미하다"고 밝혔으나, 향후 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예방 차원으로 읽힌다.
한편 사노피는 최근 미국 뉴저지 리지필드의 의약품 생산 공장을 위탁생산 전문업체(CDMO)인 서모 피셔 사이언티픽에 매각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내 생산에서 한발 물러나는 모습이나, 이는 공급망을 유지하면서 자산 효율화와 전략적 파트너십 전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서모 피셔가 해당 공장 인수 후에도 사노피의 치료제 포트폴리오는 계속 생산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사노피의 리지필드 공장은 멸균 충전·완제 및 포장 시설로 운영되고 있으며, 200명 이상의 사노피 직원이 서모 피셔에 합류하기로 했다.
또 사노피는 이와 별개로 2030년까지 미국에 200억 달러 이상의 투자 계획을 유지하는 동시에 면역질환·희귀질환 중심의 R&D 및 상업화 전략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 변화가 단순한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제약사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공급망 재편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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