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중국으로 간 '보이지 않는 손'…K-바이오가 가야 할 길
- 김정은 기자
(보스턴=뉴스1) 김정은 기자 =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 '바이오 USA'에서 한국이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시장 초입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는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고, 한국관은 역대급 규모로 꾸려졌다. 참가자 역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반면 중국관은 단출했다. 전시장 한편에 스타트업 20여 개가 옹기종기 모인 공간은 얼핏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수년만인 이번 재등장은 '조용한 복귀'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미국의 생물보안법 시행으로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밀려날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산업계 안팎에선 "이제 한국의 시대가 왔다"는 목소리마저 들렸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그 기대는 허상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공식 무대에서만 사라졌을 뿐, 보이지 않는 손들은 이미 중국을 향해 뻗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파트너로 떠올랐다. 위탁개발생산(CDMO)을 넘어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에만 글로벌 빅파마에 31개의 파이프라인을 기술이전했다.
일본과 동남아 국가들의 추격도 빨라졌다. 후지필름그룹은 행사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못지않은 규모의 부스를 꾸려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업계에서 "골든타임이 3~5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위기론이 불거진 이유다.
결국 해법은 '신약 개발'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 CDMO 중심의 구조에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기업인들은 하나같이 실패할 자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약 개발은 1만 개 중 하나만 성공하는 싸움이다. 바꿔말하면 9999개는 실패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분위기는 단 한 번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는 듯하다. 이런 상황이니 신약 개발은 너무 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그간의 과도한 기대와 일확천금식 접근으로 인한 상처를 모른 척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아이가 부모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지해 균형을 잡듯, K-바이오가 넘어지고 일어서는 것을 반복할 수 있는 환경은 분명 필요해 보인다. 전 세계의 보이지 않는 손들이 한국을 향해 뻗기를 기다리며.
1derlan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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