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전약후] 흙 속 세균서 발견한 최초의 결핵약 '스트렙토마이신'
푸른 곰팡이 '페니실린'과 당대 쌍벽…현대 항생제 시작점 평가
약 발견한 S.왁스먼 1952년 노벨 생리의학상도 수상
- 김태환 기자
(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스트렙토마이신'은 현대식 화학 합성약의 시작점에 있는 결핵치료제다. 푸른 곰팡이에서 유래한 '페니실린'과 쌍벽을 이루는 역사적 항생제로 오랜 세월 인류를 괴롭혀 온 결핵을 퇴치하는 신기원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다.
결핵은 기원전 7000년경 석기시대 인간의 뼈에서도 병을 앓은 흔적이 발견될 정도로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병이다. 보통 공기 중의 결핵균을 통해 접촉한 사람의 30% 정도가 감염되고 그중 10%는 환자, 90%는 보균자로 남는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결핵균의 존재가 세상에 처음 알려지게 된 것은 독일의 세균학자 로버트 코흐의 발견 덕분이다. 그는 1882년 결핵균을 규명해 학회에 발표하고 폐결핵 질환에 대한 치료의 시작점을 제공했다.
그러나 스트렙토마이신처럼 약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의 효과를 얻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실제로 페니실린이 실험실에서 우연한 계기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과 반대로 스트렙토마이신은 많은 연구 과정을 거쳐야 했다.
미국의 세균학자 셀먼 아브라함 왁스먼(Selman Abraham Waksman)은 1943년 스트렙토마이신을 발견하고, 이 공로로 195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다. 그는 토양 미생물에 관심이 높았는데 결핵균이 파괴되는 특이한 토양에 대한 연구에 참여한다.
그는 이 연구에서 방선균이라는 균이 결핵균을 파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방선균에서 나오는 항생물질을 분리, 연구한 끝에 'C21-H39-N7-O12' 형태의 분자식을 갖는 물질을 확보하고, 스트렙토마이신으로 명명했다.
특히 이 스트렙토마이신은 당시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으로 여겨졌던 결핵이나 나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투베르쿨린, 사노크라이신, 프로민 등 기존 결핵치료제는 모두 효과보다 부작용이 컸다.
당시 스트렙토마이신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최초로 환자를 무작위로 배정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도 다른 약물보다 부작용이 적기 때문에 채소 등의 방제용으로 이 성분을 일부 활용하기도 한다.
이후 스트렙토마이신은 페니실린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장티푸스 등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일부 환자에서 귀에 소리가 나거나 청력이 안좋아지는 난청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페니실린에 이어 균을 이용한 약물인 스트렙토마이신이 성공하면서 많은 제약사와 화학자들이 토양 미생물과 항생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에 스트렙토마이신은 네오마이신, 카나마이신, 젠타마이신 등 후대 항생제들의 시작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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