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에 "인력유인 중지"…내용증명 발송

이직한 일부 직원 '영업비밀' 보호 법률위반 혐의 검찰조사 중
롯데바이오 "원리·원칙대로 공정하게 인재채용 이뤄져" 반박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전경.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이달 초 롯데바이오로직스(롯데바이오)에 '지속적인 인력 유인활동을 즉각 중지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두 차례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9일 제약·바이오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는 이달 초 롯데바이오에 관련 내용증명을 추가 발송했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지속적인 인력 유인활동을 즉각 중지해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며 "이보다 앞서서도 두 차례 내용증명을 발송한 바 있다"고 밝혔다.

내용증명은 자체만으로 법적 효력은 없다. 다만 향후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관련 내용을 발송했다는 증명력이 있는 문서가 된다. 앞으로 법적 다툼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이직한 직원을 상대로 한 법적 대응은 시작된 상태다. 삼성바이오에서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일부 직원에 대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관련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삼성바이오 영업기밀 유출 의혹을 받는 직원이 근무 중인 롯데바이오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그럼에도 롯데바이오가 삼성바이오 직원들을 지속 채용해, 인력 유출이 심각한 단계까지 이르렀다는 것이 삼성바이오의 판단이다. 반면 롯데바이오는 원리·원칙에 따라 채용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안은 지난해 롯데바이오 법인 설립 전후부터 불거졌다. 롯데바이오는 삼성바이오와 같은 CDMO(위탁 개발·생산) 사업을 추진해 서로 경쟁구도가 구축됐다. 롯데바이오는 올 1월 1일 다국적제약사 BMS제약의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했고, 앞으로 인천 송도에 3조원을 투자해 대규모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송도에는 삼성바이오를 비롯해 셀트리온 등 국내 유력 바이오기업들이 위치해 있다.

롯데는 이보다 앞선 2021년 8월 삼성바이오에서 10년간 근무했던 이원직 프로를 롯데지주로 영입했다. 그는 지난해 롯데바이오로직스 초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아울러 롯데바이오 설립 과정에서 여러 삼성바이오 직원들이 잇달아 롯데바이오로 이직했다.

삼성바이오의 가장 큰 우려는 무엇보다 영업기밀 침해다. 이에 기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일부 전 직원들을 상대로 인천지법에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지난해 7월 인천지법이 이를 인용했다.

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일부 직원을 형사고소했으며,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는 추가 전직자 대상으로도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선 최근 국내 바이오의약품 제조시설의 급속한 증설에 따라 인력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바이오는 앞으로 12만ℓ 규모의 CMO 공장 3개를 구축할 계획이고, 삼성바이오는 신규로 5~8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셀트리온도 3공장을 건설 중이다.

한국바이오협회 측은 "롯데바이오만 하더라도 공장 설립과 향후 운영방안을 세부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기본적인 인력이 당장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일각에서는 인력 유출은 도의적인 수준을 넘어선 일이란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기업은 물론, K-바이오 발전에 역행하는 건 아닌지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내용증명 발송과 관련해 롯데바이오 관계자는 "회사는 원리·원칙대로 엄중하고 공정하게 인재채용을 하고 있다"며 관련 의혹을 반박했다.

삼성바이오는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일부 직원들이 이직 전 대량의 문서를 출력해 유출한 정황을 발견, 내부 보안체계를 철저히 재점검하고 관련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스마트폰 보안솔루션(EMM)을 정식 도입했으며, 건물 내 스피드게이트를 보강했다. 또 내외부 출입 때 보안 점검을 더욱 강화하는 등 영업비밀 및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보강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시러큐스 공장 전경.(롯데바이오로직스 제공)

l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