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선 앞에서 삐끗한 신라젠·헬릭스미스, 올해 다시 '전력투구'
신라젠, 항암바이러스제 '펙사벡'과 면역관문억제제 병용요법에 사활
헬릭스미스, 임상3상 디자인 다시 짜고 새 출발
- 이영성 기자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지난해 임상3상 중단 소식을 전하며 국내 바이오업계에 충격을 줬던 몇몇 기업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심기일전하고 있다.
신라젠과 헬릭스미스 등은 당시 자사 '신약물질'의 문제라기보단 예상치 못한 환경적 변수로 임상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억울한 입장을 보였다. 각기 다른 임상을 통해 신약 치료효과를 제대로 입증하겠다는 각오다.
8일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임상3상 중단 사례들이 국내 바이오업계 신뢰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해외에선 임상을 다시하거나 다른 임상을 진행해 성공한 사례도 많아 완전한 실패로 보기엔 섣부른 만큼 지켜봐야 하고, 이에 대한 민감도를 떨어뜨릴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합치면 환상의 하모니"…신라젠,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요법 임상에 사활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1위였던 신라젠은 현재 23위로 밀려난 상태다. 지난해 8월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로부터 항암바이러스 신약물질 '펙사벡'에 대한 임상3상(간암 치료) 중단을 권고받고 그 여파가 그 동안 이어져 왔다.
임상의 '가치'를 보는 무용성 평가에 따른 결과였다. DMC의 권고로 당시 신라젠은 올해 12월 완료를 목표하던 임상3상을 결국 조기 종료했다.
신라젠은 자체 분석 결과 '펙사벡' 자체의 문제보단 전체 임상 피험자들 중 35%가 임상용 약물 외 다른 약물을 추가 투여한 것(구제요법)을 주요 임상 실패 원인으로 파악했다. 구제요법 자체도 '펙사벡'의 정확한 효능을 확인하는데 방해요소가 되지만, 임상에서 대조군 환자가 실험군 환자보다 구제요법 비율이 훨씬 컸던 것 역시 악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당시 임상3상은 '펙사벡' 투여 후 기존 표적항암제 '넥사바'를 투여하는 실험군 300명과 '넥사바'를 단독 투여하는 대조군 300명간의 치료효과 및 안전성 등을 비교하는 방식이었다. 아직 이렇다 할 실적이 없는 신라젠으로선 600명 규모의 대규모 임상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자금 면에서 쉽지않은 상황이다.
신라젠은 현재 진행 중인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요법 임상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종양세포를 터뜨리면서 면역 T세포 활성도를 높이는 '펙사벡'과 면역 T세포의 암세포 인지력을 키우는 면역관문억제제의 병용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분석한 신라젠은 이 같은 병용요법 임상 수를 늘려왔다.
해당 임상으로는 신라젠이 미국 리제네론사와 공동연구 중인 신장암 대상의 글로벌 임상1b상(1상 후기)과 미국 국립암센터가 주도하는 대장암 대상의 임상1·2상이 있다. 분당차병원과는 간전이 환자 대상의 임상2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신장암 임상의 경우 최근 면역관문억제제 불응 환자로까지 연구 범위를 넓혔다. 글로벌 임상3상의 중국 지역을 담당했던 신라젠 파트너사 리스팜도 '펙사벡'과 자체 면역관문억제제 'ZAKB001'의 병용요법 임상1b·2상(피부암 흑색종 치료)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라젠은 동물실험 결과를 통해 병용임상에 대한 기대를 가졌다. 분당차병원이 2017년 시행한 해당 동물실험 결과에 따르면 '펙사벡' 투여 3일째, 암세포 속에서 '펙사벡'의 주성분인 바이러스 양이 최대치로 늘었다. 그로부터 4일뒤 암 세포 내로 몰리는 면역 T세포(CD8 양성 T세포) 양이 최대수준을 보였다. 면역 T세포는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체내 무기다. 이는 지난해 3월 세계적인 종양임상 학술지 '클리니컬캔서리서치'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해외에서도 병용요법 임상들이 이뤄지며 기대감을 투영시키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MSD의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와 암젠의 항암바이러스제 '티벡'(T-VEC, 상품명 임리직)의 병용투여 등 비슷한 임상이 다수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헬릭스미스, 새판짜기…"임상 부정적 요소 모두 제거"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실패한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VM202-DPN)의 임상3상을 올해 다시 시작한다. 이를 위해 이 달 초 미국 보스턴에서 외부 전문가 8명과 회의를 거쳐 후속 임상3상을 위한 새판을 짰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9월 '엔젠시스'의 임상3상 일부 환자에서 위약과 약물 혼용 가능성을 발견해 임상을 중단했다. 김 대표는 같은 달 24일 기업설명회를 통해 "날벼락을 맞았다"는 말로 당시 억울한 상황을 빗댔다.
구체적으로 위약을 복용한 대조군 환자 30여명의 혈액 샘플에서 '엔젠시스'가 검출됐다. 또 '엔젠시스'를 투약한 실험군에서 환자 30명정도가 '엔젠시스' DNA 양이 기대치보다 매우 낮게 나와 약물을 투약받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당시 임상에 대한 유효성 결과 검토 과정에서 약동학(PK)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헬릭스미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협의를 통해 새 임상 승인을 받은 뒤 올 3~4월쯤 시작하겠다는 목표다. 피험자 수를 기존 임상(477명)보다 150~200명으로 크게 줄인 각 임상3상(임상기관 5~12곳) 2~3개를 진행할 계획이다. 6개월 추적 관찰기간도 갖는다.
또 이번 임상3상은 다른 약 '뉴론틴'(성분 가바펜틴) 및 '리리카'(성분 프리가발린)를 복용한 경험이 있는 환자를 피험자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엔젠시스'의 효과를 더욱 뚜렷하게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통증을 정확하게 측정할 능력이 없거나 통증 변동성이 심한 피험자를 가려내기 위한 방법도 도입해 임상 정확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통증지표는 최신기법으로 변경하고 통증 측정 방법도 정교화시킨다.
김선영 대표이사는 "이번 후속 임상 3상은 약물효과를 얻는데 조금 이라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과정이나 절차 혹은 시험법을 과감히 없애거나 간소화했다"고 설명했다.
l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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