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던 커피 찌꺼기에 '반전'…신경세포 보호 소재 가능성 확인
세포 스트레스·염증 반응 줄여…활용 가능성 제시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매일 버려지는 커피 찌꺼기가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의료 소재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세포 내 활성산소를 줄이고 신경계 세포의 성장과 분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김치경 신경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미국 화학회의 재료·화학·바이오 분야 국제학술지에 게재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팀은 커피 찌꺼기와 시금치에서 '탄소점'(Carbon Dots)이라는 나노 크기의 입자를 만들어 특성을 비교했다.
커피 찌꺼기는 커피 원두를 갈아서 물로 커피를 추출하고 난 뒤 남는 원두 가루를 말한다.
커피 찌꺼기에는 유기물과 질소·칼륨 같은 성분이 들어 있어 단순 폐기물로 버릴 뿐 아니라 퇴비·비료, 버섯 재배 등으로 재활용돼 왔다.
탄소점은 탄소로 이루어진 매우 작은 물질로, 생체적합성이 높아 바이오·의료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다.
비교 결과, 커피 찌꺼기에서 만든 탄소점이 시금치에서 만든 탄소점보다 높은 항산화 효과를 보였다.
가장 높은 농도에서 커피 찌꺼기 탄소점의 항산화 활성은 64.39%로, 같은 조건에서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인 비타민C의 69.15%에 근접했다.
이어 연구팀은 여러 종류의 신경계 세포로 자랄 수 있는 사람의 신경전구세포에 커피 찌꺼기 탄소점을 처리해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세포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활성산소가 감소했으며, 탄소점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신경전구세포가 성상교세포로 자라는 경향도 강해졌다.
성상교세포는 뇌와 척수에서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주변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다.
산화스트레스가 발생한 환경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세포에 인위적으로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한 뒤 커피 찌꺼기 탄소점을 함께 처리하자 성상교세포로의 분화가 다시 증가했으며, 신경독성과 염증 반응에 관련된 주요 유전자의 발현도 감소했다.
이는 커피 찌꺼기 탄소점이 활성산소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산화스트레스로 인한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아울러 커피 찌꺼기의 탄소점이 세포의 성장과 분화에 관여하는 신호를 활성화하고, 세포 보호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발현을 증가시키는 과정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고려대 구로병원 정밀재생 플랫폼의 지원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플랫폼을 통해 구로병원 연구진과 공주대학교 신소재공학부 연구팀이 연결되면서, 기존에는 접점이 많지 않았던 소재공학과 임상 신경과학을 하나의 연구과제로 융합할 수 있었다.
연구 초기 단계의 실험 설계 자문부터 실제 세포 실험까지 플랫폼의 지원을 통해 진행돼, 원내 연구지원 체계가 학제 간 공동연구와 국제학술 성과로 이어진 사례가 됐다.
김치경 교수는 "커피 찌꺼기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이 흥미로운 결과"라며 "향후 신경재생 분야로 연구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두현명 교수는 "의료·바이오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다는 데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며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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