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챗봇, 고령자 건강에 도움이 될까[김현정의 준비된 노후]
김현정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몸이 아프면 인터넷 검색창에 증상을 입력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혈압이 150인데 병원에 가야 하나요?", "건강검진에서 간수치가 높다고 하는데 무슨 의미인가요?", "어머니가 먹는 약이 열 가지인데 한약을 같이 먹어도 괜찮나요?"라고 인공지능(AI) 챗봇에 묻는다. 어려운 의학 용어를 쉽게 풀어 달라고 할 수도 있고, 검사 결과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달라고 할 수도 있다. 의료 정보를 얻는 방식 자체가 검색에서 '대화'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문해력(health literacy)을 건강과 관련된 정보와 서비스를 찾고, 이해하고, 평가하고, 활용하는 능력으로 설명한다. 이제는 여기에 디지털 건강문해력(digital health literacy)이 더해졌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믿을 만한지 판단하고 자신의 건강 문제 해결에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AI 챗봇은 이런 측면에서 매우 유용한 도구다. 의사에게 들었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설명을 쉬운 말로 다시 물어볼 수 있고, 당뇨병이나 고혈압 환자가 식사와 운동 원칙을 반복해서 확인할 수도 있다. 진료 전에 의사에게 물어볼 질문을 정리하거나 여러 장의 건강 교육 자료를 핵심만 요약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의학 용어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에게 잘 사용된 AI는 복잡한 정보를 일상의 언어로 바꿔 주는 '개인 건강 통역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챗봇의 답변을 액면 그대로 믿을 때다. 의사의 권고와 챗봇의 답변이 서로 상충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울 수 있다. 의사도 사람인지라 실수할 수 있고, 챗봇 역시 개인의 질병, 복용 약, 검사 결과 등 모든 정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럴듯하고 확신에 찬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
챗봇이 "괜찮다"고 답했다고 응급실 방문을 미루거나, 처방 약을 임의로 끊거나,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을 시작한다면 편리함이 오히려 위해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사람은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쪽의 의견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의사의 설명보다 챗봇의 답변이 더 마음에 든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선택한다면 위험할 수 있다.
WHO 역시 생성형 AI가 건강정보 접근과 교육에 큰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부정확한 정보, 편향된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 문제,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 때문에 안전성과 투명성, 인간의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AI 리터러시 부족' 자체도 보건의료 분야에서 AI 확산을 가로막는 중요한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디지털 격차다. AI가 발전한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똑같이 좋은 기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답변을 검증할 수 있는 사람은 챗봇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지만,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거나 건강 지식이 부족한 사람은 잘못된 답변을 구별하기 어렵다. 특히 건강문해력이 낮은 사람에게 AI는 기존의 건강 격차를 줄이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건강불평등을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사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제가 무슨 병인가요?"라고 진단을 맡기기보다 "이 증상에서 위험신호는 무엇인가요?", "병원에 가면 어떤 내용을 의사에게 말해야 하나요?", "이 검사 결과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세요", "이 답변의 근거와 불확실한 부분을 알려주세요"라고 묻는 편이 안전하다. 약을 중단하거나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마지막 판단은 의료전문가와 해야 한다.
정부와 의료기관도 국민에게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디지털 전환이 완성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고령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AI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잘 질문하는 법, 답변의 출처를 확인하는 법, 의심해야 할 답변을 구별하는 법,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입력해도 되는지를 배우는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AI 챗봇은 의사를 대신하는 디지털 의사가 아니다. 제대로 사용한다면 건강 정보를 이해하고 의료진과 더 잘 소통하도록 도와주는 새로운 건강문해력의 도구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AI의 답을 이해하고, 의심하고, 확인한 뒤 자기 삶에 현명하게 적용하는 사람이다. 인공지능 시대의 건강문해력은 많이 아는 능력이 아니라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언제 의심해야 하는지, 그리고 언제 다시 사람에게 물어야 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에서 시작한다.
opinio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편집자주 ...필자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뇌신경과학 분야를 연구한 학자이자 대한디지털헬스학회 이사장으로 의료계와 학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의학과 치의학의 경계, 장애인 치과, 지역사회 구강돌봄의 현장에서 건져 올린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은퇴 후 황금 노후를 준비하는 어르신들에게 건강한 노후, 슬기로운 노후 준비를 위한 길라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