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덫에 걸린 K-의료기기…"치료 재료 환율 연동제 개선해야"
환율 1500원대 돌파 임박, 수입 물가 지속 상승
원자잿값 인상, 공급망 불안 등 불확실성 증대
-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트럼프 시대 이후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면서 의료기기 업계에서도 '환율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환율이 높아지면 원자재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입에 의존하는 의료기기 공급이 어려워져 환자가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중 관세 전쟁 우려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4월 수준을 넘어 1500원대 돌파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환율이 오르면 제조업 등 수입 기업들의 타격이 커진다. 자연스레 산업 생산비용이 증가하면서 경기 침체를 유발한다.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기기 산업도 고환율의 덫을 피할 수 없다.
수입 기반 기업들은 물론, 수출 기반 기업들도 원자잿값 상승 등 고환율에 따른 리스크가 존재한다.
미국산 티타늄을 쓰는 한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당사는 대미 수출 비중이 크지만, 환율이 오르면서 원재료인 티타늄의 단가도 오르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을 받는다"며 "미국 현지 법인과 논의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데, 매출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마진율이 높은 제품에 포커스를 둔 영업 전략을 펼치려 한다"고 설명했다.
치과 의료기기 업체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도 "제품을 미국에 수출한다 해도 환율이 오르면 금속류 원자재의 단가가 함께 오르기에 크든 작든 타격이 있다"며 "결국 품질로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 우려가 큰 분야는 수입 의존도가 큰 병원 치료 재료다. 특히 심장 수술용 카테터, 신경외과용 소모품 등 일부 기기는 고환율로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 환자가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환율 변동 문제를 개별 업체가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중소·영세 업체가 판매가를 올리면 가격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고환율 지속 등으로 의료기기 공급 중단 위기가 감지되면서 치료 재료 상한금액 인상 등 정부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의료기기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치료 재료의 상한금액은 환율과 연동돼 6개월마다 환율에 따라 조정된다. 한 번 가격이 결정되면 원가 상승 및 환율 변동에도 상한가 조정이 어렵다.
고환율이 지속되면 의료기기 가격이 증가해 공급 지연 우려가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환자 규모 등 가치 중심적인 상한금액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협회의 의견이다
이 관계자는 "환율 연동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조정 폭과 주기를 현실화하고, 전반적인 가격 기준이 외부 경제 요인을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며 제도 개편을 요구했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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