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자마자 DNA 검사"…질병청, 희귀유전질환 조기 선별 나선다

6개 병원서 아기 1800명 모집…임상 유용성 검증
3년간 30억 투입…향후 국가사업 도입 근거 마련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A씨 사례와 같이 신생아의 희귀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장유전체염기서열 기반 신생아 선별검사 연구' 참여자 모집을 최근 본격화했다고 7일 밝혔다.(질병관리청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서울에 사는 A 씨의 아기는 건강하게 태어났고 출생 후 시행한 기존 신생아 대사 선별검사에서도 이상이 없었다. 수유와 성장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어 부모는 아이가 건강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후 2주경 시행한 한국형 신생아 유전체 선별검사에서 선천성 긴 QT 증후군과 관련된 병원성 유전변이가 확인됐다.

선천성 긴 QT 증후군은 심장의 전기적 활동에 이상이 생기는 유전질환으로, 평소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을 수 있으나 심하면 부정맥이나 실신, 드물게 급사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결과 확인 후 아기는 곧바로 유전전문의와 소아심장전문의 전문 진료로 연계돼 심전도와 심장초음파 검사를 시행했고 추가 평가를 거쳐 선천성 긴 QT 증후군을 확인했다.

이후 부정맥 발생 위험을 떨어뜨릴 약물치료를 시작했으며, 부모에게도 질환의 특성과 관리 방법, 피해야 할 약물과 일상에서의 주의 사항에 대해 안내했다. 아기는 신생아 유전체 선별검사 연구에 참여해 기존 검사에서 다루지 않는 유전질환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증상이 나타나기 전 유전과 해당 질환 전문 진료와 적절한 치료·예방 관리로 신속하게 연계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A 씨 사례와 같이 신생아의 희귀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장유전체염기서열 기반 신생아 선별검사 연구' 참여자 모집을 최근 본격화했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생후 28일 이내 일반신생아를 대상으로 전장유전체 분석을 거쳐 치료할 수 있는 유전질환을 발견·치료하고 유전체 기반 선별검사의 유용성을 검증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장유전체 분석은 사람이나 생물의 DNA 전체를 읽어서 분석하는 방법이다. 신생아는 올해 1차 연도 500명으로 시작해 2028년까지 총 1800명을 모집할 계획으로,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연세대 세브란스병원·차 의과학대 분당차병원·세종충남대병원·양산부산대병원 전국 6개 병원이 참여하며 사업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자 모집 홍보와 교육을 진행한다.

전장유전체 분석은 사람이나 생물의 DNA 전체를 읽어서 분석하는 방법이다. 신생아는 올해 1차년도 500명으로 시작해 2028년까지 총 1800명을 모집할 계획으로, 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연세대 세브란스병원·차 의과학대 분당차병원·세종충남대병원·양산부산대병원 전국 6개 병원이 참여하며 사업 홈페이지를 통해 참여자 모집 홍보와 교육을 진행한다.(질병관리청 제공)

신생아 선별검사는 치료할 수 있는 선천성 질환을 증상이 나타나기 전 발견해 조기에 치료하기 위한 국가사업으로, 현재 국내에서는 총 70여종의 선천성 대사이상질환과 청각 선별검사가 시행되고 있다. 기존검사는 특정 질환에 국한돼 있으나, 최근 기술 발달로 더 많은 질환을 한 번에 진단할 전장유전체를 통한 선별검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영국, 유럽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이미 신생아 전장유전체 스크리닝의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하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국제 컨소시엄(ICoNS) 등에서는 신생아 전장유전체 분석의 글로벌 공중 보건 도입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10만 명의 신생아를 모집해 전장유전체 분석으로 1000여개의 질환을 진단하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이범희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전장유전체 기반 신생아 선별검사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치료가 가능한 희귀유전질환을 조기 발견해 적기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이라며 "국가에서 다학제적인 체계를 확립해 한국형 신생아 유전체 선별검사 운영체계와 임상 프로토콜을 마련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검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해 시범사업을 선제적으로 수행해 신생아 선별검사 대상 질환과 유전자 선정, 환자 동의 체계와 임상 가이드라인을 개발하는 등 연구 운영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이번 연구는 2028년까지 3년간 총 30억 원(연간 10억 원)을 들여 진단 효율성, 임상 및 경제적 유용성 검증 등 정책 도입의 근거를 확보할 예정이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희귀유전질환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치료효과와 예후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신생아 시기의 정확한 진단체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면서 "희귀유전질환 관리의 패러다임을 사후 치료 중심에서 조기 발견과 예방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희귀질환 대응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