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노화도 늦출까"…쥐 수명 연장서 인간 임상으로
세마글루티드 투여 노령 암컷 쥐, 평균 수명 12% 늘어
염증·대사·근육 기능 등 노화 관련 변화도 완화
-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체중 감량을 넘어 노화 속도를 늦추는 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물실험에서 수명 연장과 노화 관련 지표 개선이 확인된 상황에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도 진행되면서 항노화 치료제로의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6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소개한 네이처 게재 연구에 따르면 연구진은 20개월령 암컷 생쥐를 대상으로 세마글루티드를 3개월간 투여해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20개월령 생쥐는 사람으로 치면 약 60세에 해당하는 연령이다.
연구 결과 세마글루티드를 투여한 생쥐의 평균 수명은 834일로, 대조군의 742일보다 약 12% 길었다. 단순히 생존 기간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운동 협응력과 근육 기능, 포도당 대사 등에서도 개선된 양상이 관찰됐다.
세포와 분자 수준에서도 일부 노화 관련 변화가 완화됐다. 특히 노화와 연관된 염증 반응 등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GLP-1 계열 약물이 식욕을 억제해 섭취 열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만큼, 장기간의 칼로리 제한과 유사한 생물학적 효과를 일부 나타낼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실제로 연구진이 세마글루티드와 칼로리 제한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탐색 행동과 공간 기억, 혈당 조절 등 여러 기능에서 세마글루티드 투여군이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이에 따라 GLP-1 약물이 체중 감소뿐 아니라 노화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이번 연구만으로 GLP-1 약물이 사람의 수명을 연장하거나 노화를 치료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물실험 결과를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데다,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장기간 약물을 투여했을 때의 효과와 안전성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현재 단계에서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수준의 연구라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연구진 등은 GLP-1 계열 약물을 장수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후보로 평가하고 있지만, 실제 사람의 수명을 연장하는 치료제로 활용되기까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변수로 꼽힌다. 앞서 GLP-1 계열 약물인 엑세나타이드를 활용한 수컷 생쥐 연구에서도 수명과 노화 관련 지표에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된 만큼, 이번 연구와 함께 다양한 성별·연령을 대상으로 효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동물실험을 넘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시작됐다. 미국 텍사스대 의과대학 갈베스턴 연구진은 터제파타이드를 활용해 생물학적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2상 임상시험 '무디 장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임상에는 55~70세 성인 90명이 참여한다. 비만 또는 과체중이면서 체중과 관련된 질환을 가진 성인을 대상으로 터제파타이드가 체중 감소뿐 아니라 생물학적 노화 지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할 예정이다. 임상은 2026년 2월 시작돼 2028년 1월 종료될 예정이다.
터제파타이드는 GLP-1과 GIP를 동시에 자극하는 약물로, 현재 비만과 당뇨병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이번 임상 결과에 따라 GLP-1 계열 약물의 활용 범위가 대사질환 치료에서 노화 관련 질환 및 장수 연구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의 연구는 GLP-1 약물이 노화를 직접 치료한다는 결론보다는, 대사 개선과 염증 감소 등을 통해 노화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계"라며 "동물실험에서 확인된 효과가 인간에서도 재현되는지가 향후 항노화 치료제로의 확장 여부를 가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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