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수입산이 주도하는 인공유방 시장, 국산 보형물의 재도전이 반가운 이유
최문섭 그레이스성형외과 원장
실패를 책임지는 기업이 다시 신뢰를 말할 자격
국내 유방성형 분야의 의료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 하지만 정작 체내에 직접 이식되는 인공유방 보형물 시장은 오랜 기간 수입 제품이 주도해 왔다. 특히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갈수록 외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의료 기술 강국으로 평가받는 한국에서 체내 삽입형 핵심 의료기기 시장을 해외 제품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임상 현장에 있는 전문의로서 아쉬운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 기술로 개발된 프리미엄 인공유방 보형물 '바운스'(Bouns)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식 허가를 거쳐 새롭게 출시됐다. 바운스는 생체 친화적 표면 기술을 적용하고, 아시아 여성의 체형적 특성을 고려한 정밀 사이즈 체계를 구축하는 등 의료진과 환자의 요구를 반영해 개발된 제품이다.
다만 국산 보형물이 시장에서 넘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단순한 기술력이 아니라 '신뢰의 회복'이라고 생각한다.
의료진과 환자들 사이에 조심스러운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제조사인 한스바이오메드는 과거 '벨라젤' 사태 당시 인허가 기재 사항과 실제 사용 원료가 달랐던 문제로 큰 논란을 겪었다. 인체에 직접 삽입되는 의료기기라는 특성상 당시 사안이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남긴 실망과 우려는 적지 않았다.
다만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구분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태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완제품 조사에서는 우려됐던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이식 환자의 인체 위해성 역시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제조 과정에서 인허가 내용과 다른 재료를 사용한 문제는 분명한 규제 위반이었지만, 해당 문제가 곧바로 환자의 의학적 위해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오히려 주목할 부분은 이후 제조사가 취한 조치다. 문제를 덮거나 회피하기보다 10년에 걸친 장기 모니터링과 선제적인 초음파 검진, 보상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환자에 대한 사후 책임을 이어가고 있다.
의료기기 산업에서 모든 가능성을 사전에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책임을 다하느냐에 있다. 특히 인체에 직접 사용되는 의료기기의 경우 위기 이후의 사후 관리와 환자에 대한 책임 이행은 기업의 품질관리 체계와 안전에 대한 태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과거의 문제를 경험한 기업이 장기간 환자 모니터링과 보상 등 사후 조치를 이어온 경험은 향후 신제품의 안전성과 사후관리에 대한 약속을 평가하는 데 의미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국산 인공유방 보형물의 재도전은 소비자와 의료진 입장에서도 선택지를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철저한 안전성 검증과 책임 있는 사후관리, 그리고 아시아 여성의 체형적 특성을 고려한 제품 개발이 뒷받침된다면 의료진과 환자가 관성적으로 수입 제품을 선택해야 할 이유도 줄어들 수 있다.
다양한 제품이 경쟁하는 시장은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한다. 제품의 안전성과 임상적 유용성, 사후관리 체계가 객관적으로 검증된다면 국산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할 필요도, 반대로 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할 필요도 없다.
결국 국산 인공유방 보형물이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는 과정은 단순한 애국심이나 가격 경쟁력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환자 안전에 대한 원칙과 지속적인 품질관리,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를 통해 쌓아온 신뢰가 핵심이다.
국산 인공유방 보형물의 이번 재도전이 과거의 경험을 교훈 삼아 더 엄격한 안전관리와 책임 있는 사후관리를 기반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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