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희망은 한국"…세계가 손놓은 간암 환자 살려낸 K-의술 [K-메디컬리포트]

프랑스서 이식 불가 판정받은 모로코 환자, 서울아산병원서 기적 생환
문덕복 교수 "'2대1 생체간이식'은 고난도 수술…정교한 팀워크가 핵심"

문덕복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왼쪽 첫 번째)가 간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병원 제공)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1만㎞.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대한민국 서울까지의 거리다.

말기간부전과 진행성 간암, 여기에 135㎏의 고도비만까지 겹쳐 "더 이상 수술이 불가능하다"며 프랑스 최상위 의료진마저 손을 놓았던 60대 환자가 이 아득한 거리를 넘어 한국을 찾았다. 그리고 장장 17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두 아들의 간을 각각 이식받고 기적으로 생환했다.

환자인 모하메드 엘 케타니 씨(64)의 투병사는 20년 전 C형 간염에서 시작됐다. 간의 85%가 손상된 상태에서 최근 6㎝ 크기의 종양이 추가로 발견됐고 암세포가 주간문맥까지 침범했다. 프랑스 최고 간이식센터조차 이식을 포기했다.

절망 속에서 심장외과 의사인 둘째 아들을 비롯한 형제는 전 세계 논문을 샅샅이 뒤졌고 한 병원을 찾아냈다. 단일 병원 최초 간이식 9000례 달성, 연간 생체간이식 400례 시행, 독보적 2대1 생체간이식 세계 최다 기록(664례), 그리고 생체 간 기증자 사망률 0%. 전 세계 환자들이 국경을 넘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찾아오는 곳, 바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센터다.

논문과 수술 성적만을 믿고 1만㎞를 날아온 환자에게 아산병원은 어떻게 '생명의 기적'을 증명해 냈을까. 불가능한 수술을 성공으로 이끈 문덕복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에게 17시간 동안 펼쳐진 수술실 비하인드부터 '2대1 생체간이식'의 정밀한 세계, 그리고 K-간이식이 다다라야 할 미래를 들어봤다.

문덕복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병원 제공)

-해외 의료진이 포기한 모로코 환자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프랑스는 미국, 독일, 일본 등을 포함한 의료선진국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 환자는 해당 국가에서는 치료 방법을 찾기 어려운 상태였다.

아산병원 간이식팀에 온 뒤에는 간이식 수술 전에 간세포암에 대한 적절한 다운스테이징(Downstaging) 치료를 시행했다. 이를 통해 간이식 후 암이 재발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일 수 있었다.

또 두 명의 간 공여자를 이용한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을 시행했다. 한 명의 공여자에게서 받는 간이식편의 중량이 부족하면 이식 후 간이식편 기능부전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데 두 명의 공여자를 통해 충분한 간이식편을 확보함으로써 이런 위험을 없앨 수 있었다.

-수술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2대1 생체간이식이었기 때문에 우선 간세포암의 침범이 의심될 수 있었던 주간문맥 상부를 제거한 뒤 두 개의 간이식편으로 혈류를 공급할 수 있도록 좌우 간문맥을 다시 만들어줘야 했다. 뇌사자 혈관을 이용해서 혈관을 재건하는 난이도 높은 작업을 성공적으로 시행했고 이를 통해 2대1 생체간이식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두 개의 간이식편에 혈류를 관류해 보니 환자의 간이 있던 공간이 예상보다 너무 작았다. 그 결과 이식된 우측 간이 좌측으로 전위되면서 우측 이식간의 정맥 배출이 좋지 않은 상황이 됐다. 그래서 우측 부신과 신장을 후복막에서 박리해 복강 앞쪽으로 위치를 변경하는 추가 수술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우측 간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만들었고 정맥 배출도 정상화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수술을 할 수 있었다.

-이번 수술에 적용된 2대1 생체간이식은 어떤 환자에게 필요한 수술인가.

▶성공적인 간이식을 위해서는 수혜자가 자신의 체중 대비 최소 0.8~1% 중량 이상의 간이식편을 이식받아야 한다. 그래야 이식 후 회복에 필요한 간 기능을 감당할 수 있다. 간이식편의 중량이 부족하면 환자의 회복에 필요한 간의 대사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이식간 기능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한 명의 공여자가 수혜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간이식편의 중량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다른 한 명의 공여자로부터 간이식편을 추가로 공여받아 필요한 중량을 확보하는 것이 2대1 생체간이식이다.

다만 두 개의 간이식편을 한 명의 수혜자에게 이식해야 하므로 난도가 매우 높다. 여러 명의 간이식 전문 외과의사의 협동이 필요한 수술을 상시로 시행할 수 있는 곳은 현재로선 아산병원을 제외하면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모로코 삼부자 가족이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을 집도한 간이식·간담도외과 의료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병원 제공)

-아산병원이 세계 최고 수준의 간이식센터로 성장하기까지 결정적인 전환점은 무엇이었다고 보나.

▶우리나라에서 생체간이식이 처음 시작했을 때는 간이식 선진국이었던 일본이나 홍콩에 비해 앞서지 못했다. 하지만 이승규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님이 변형 간우엽을 이용한 간이식 수술 방법을 고안하면서 큰 변화가 있었다.

기존 간우엽을 이용한 간이식에서는 간우엽 전구역의 울혈로 인해 간이식편 기능부전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아산병원의 생체간이식 수술 후 성적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향상됐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난도가 높은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을 고안하고 정착시킨 것이다. 기술적인 완성도를 전 세계에 알렸을 뿐 아니라 공여자의 간 좌우 비율 문제로 기증이 불가능했던 경우나 수혜자의 체격이 너무 커서 한 명의 공여자로부터 충분한 간이식편을 받을 수 없었던 경우에도 간이식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생체간이식의 안전성과 성공률은 현재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다고 보나.

▶통상적인 생체간이식이라면 안전성과 성공률은 95~97% 이상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간이식은 수혜자가 이식받을 당시의 전신 상태나 이전 수술 및 치료 병력, 혈관과 담도의 상태 등에 따라 수술 난이도에 차이가 많다. 공여자 역시 제공할 수 있는 간이식편의 중량이 수혜자 체중 대비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간이식편의 기능 회복에 차이가 많을 수 있다.

-향후 10년 안에 간이식 분야에서 가장 기대하는 기술은 무엇인가.

▶공여자 수술에서는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이 대부분 안전하게 시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로봇을 이용한 공여자 수술도 시행되고 있는데 복강경 수술이 그랬던 것처럼 경험이 쌓인다면 안전하고 보편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수술 방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수혜자에게 미세침습수술을 적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기존의 개복수술로 시행했을 때의 장점을 능가할 수 있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아산병원이 공여자 안전을 위해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생체간이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여자의 안전이다. 아산병원은 현재까지 8500명 이상의 생체 간 공여자를 대상으로 수술을 시행해 왔고 현재까지 수술 관련 사망률은 0%다. 최근 들어 생체 간 공여자의 연령이 이전보다 높아지면서 간이식 공여자에서 수술에 따른 위험성이 상승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위험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 공여자에게 위험 부담을 확실히 줄일 수 있는 2대1 생체간이식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못다 한 말씀이 있다면.

▶나는 이승규 교수님을 포함한 선배님들로부터 많이 배우면서 현재 인정받는 간이식·간담도 전문 외과의사가 됐다. 하지만 나도 정년이 6년밖에 남지 않았다.

현재 대한민국 의료 현실을 보면 다양한 이유로 외과를 기피할 뿐만 아니라 간담도·간이식 분야처럼 노동 강도가 높은 분야는 더더욱 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현재의 의료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감출 수 없다.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고려한다면 정부뿐만 아니라 범국가적으로 적극적인 대책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