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 대학병원급 진료…보건소부터 신약개발까지 AI 입는다

정부 'AI 기본의료 전략' 확정…지역·필수·공공의료 AX 본격화
100만명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보상체계·윤리기준 마련도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3월 17일 오후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공공의료 AX 사례 시연을 참관하고 있다. ⓒ 뉴스1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정부가 보건소부터 응급실, 공공병원, 신약 개발까지 의료 전 분야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AI 기본의료 전략'을 확정했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의료인력 부족으로 심화하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공백을 AI로 메우고 의료서비스 혁신과 바이오헬스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보건복지부는 6일 국무총리 주재 제12차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관계 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AI 기본의료 전략'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전략은 '생명을 지키는 AI, 모두가 누리는 의료혁신'을 비전으로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AI 의료혁신 △전국적인 AI 의료혁신 디지털 기반 구축 △지속 가능한 AI 의료생태계 마련 등 3대 전략과 12대 중점 과제로 구성됐다.

정부는 이번 전략이 단순한 AI 기술 도입이 아닌 현 보건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초고령사회로 의료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지역 의료격차와 필수의료 공백은 심화하고 의료전달체계 왜곡과 의료비 증가, 바이오헬스 혁신 정체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판단이다.

AI를 건강 형평성과 의료체계 지속가능성, 바이오헬스 혁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혁신 엔진'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보건소부터 응급실까지…AI가 바꾸는 의료 현장

정부는 우선 전국 보건소와 보건지소 등 지역보건의료기관에 'AI 설루션 패키지'를 도입한다.

공중보건의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영상(X-ray) 판독 보조와 음성 기반 의무기록 자동 생성, 환자 의뢰·회송 지원, 접수·예약 등 행정업무 자동화 기능을 제공한다. 건강검진 결과와 생활습관을 분석해 질병 발생 위험을 예측하고 맞춤형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AI 서비스도 함께 보급한다.

의료취약지 의원에는 진료과목별 AI 지원도 확대한다. 내과와 가정의학과는 만성질환 관리, 외과는 X-ray와 초음파 판독, 산부인과는 태아 초음파 판독, 소아청소년과는 영유아 성장 발달 관리 등 진료 특성에 맞는 AI를 지원한다.

섬과 산간지역 등 의료진이 부족한 곳에서는 방문간호사가 수집한 환자 정보를 AI가 분석하고 원격지 의사와 연결하는 AI 기반 비대면 재택협진도 시범 도입한다.

의료취약지 내 '의료·건강 AI' 도입에 따른 서비스 경로(안). (보건복지부 제공)

응급의료 체계도 AI 중심으로 전환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대구에서 구급대 이송부터 적정 병원 선정까지 실시간으로 지원하는 '응급 통합 AI 플랫폼'을 시범 운영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응급실에서는 AI 기반 임상 의사결정 지원시스템(CDSS)을 개발해 환자 분류와 생체정보 모니터링, 진단 지원, 병원 자원 배치 등을 지원한다. 구급차가 병원을 찾지 못해 재이송되는 문제를 줄이고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환자 중심 의료서비스도 강화된다. 정부는 '나의 건강기록(PHR)'을 기반으로 병원 간 진료기록과 CT·MRI 영상정보를 공유해 병원을 옮길 때마다 의료영상을 CD로 복사해야 하는 불편과 중복검사를 줄일 계획이다.

AI가 처방전과 진료기록을 쉽게 설명해 주는 '국민 AI 건강비서'도 도입해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공병원 AI 전환…신약 개발·소버린 의료 AI까지

정부는 전국 공공병원을 연결하는 '공공의료 AI 고속도로' 구축에도 나선다. 올해 하반기 공공병원 9곳을 시작으로 2027년 30곳, 2029년에는 전국 책임의료기관 72곳으로 확대한다.

국가 GPU 기반 AI 플랫폼을 활용해 수도권 대형병원 수준의 AI 의료서비스를 지역 공공병원에서도 제공하고 노후화된 병원정보시스템도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한다. 접수부터 진료, 간호, 수술, 퇴원까지 AI가 지원하는 'AI 네이티브(AI Native) 병원'도 구축·확산한다.

흩어진 의료데이터를 하나로 모으는 작업도 추진한다. 정부는 국가 보건의료데이터 허브를 구축해 기관별 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계·활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임상데이터와 독자 AI 모델을 활용한 '한국형 소버린 의료 AI'를 2027년부터 개발한다.

외국 AI 모델 의존도를 낮추고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의료 AI를 공공병원 중심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바이오헬스 분야에서는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을 본격 지원한다. 정부는 국가 GPU 기반 'K-AI 신약 플랫폼'을 구축해 단백질 구조 예측과 약물 후보물질 생성, 가상 스크리닝, 체내 약물 작용 예측 등 신약 개발 전 과정에 AI를 활용할 계획이다.

유전체와 세포, 병리조직, 임상 정보 등을 통합 분석하는 플랫폼도 함께 구축해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한다.

K-AI 신약 플랫폼 도식도. (보건복지부 제공)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도 속도를 낸다. 올해 하반기 12만 명 규모 데이터를 우선 개방하고, 2029년 70만 명 이상, 2032년에는 100만 명 규모로 확대한다. 임상정보와 유전체 데이터를 연구개발에 적극 활용해 혁신 신약과 의료기기 개발, 정밀의료 기반 마련에 활용할 방침이다.

AI 의료 안착 위한 제도 정비…보상 체계·지역 생태계 구축

정부는 AI 의료서비스가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의료생태계 조성에도 나선다. 기존처럼 개별 AI 의료기술의 사용 여부만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를 활용해 환자에게 최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의료기관에 적정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AX 적정 보상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AI 기반 진료 협력과 환자 편익 향상, 의료서비스 질 개선, 임상 성과, 비용 효과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기관별 성과에 따라 차등 보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행위별 수가뿐 아니라 기관별 성과 보상 등 다양한 지급 방식을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할 예정이다.

지역 중심의 AI·바이오헬스 혁신 생태계 조성도 추진한다. 지역 국립대병원의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2021년 437억 원에서 올해 1004억 원으로 2.3배 확대하고 데이터 활용 인프라 구축도 지원한다.

바이오헬스와 로봇 등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AI 전환(AX) 거점을 조성해 지역 의료와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 생태계를 구축한다.

정부는 또 안전한 AI 활용을 위해 의료 AI에 특화된 윤리·보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디지털헬스케어법 제정을 추진한다. AI·바이오헬스 분야에서는 국내외 우수 인재 양성과 유치에 나서고, 글로벌 AI 허브 구축 등을 통해 의료 AI 분야 글로벌 리더십도 강화할 계획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AI는 지역·필수·공공의료의 공백을 메우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도구"라며 "이번 전략을 계기로 전국 어디서나 국민 모두가 AI 의료혁신을 체감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함께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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