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도 안 피우는 내가 폐암?"…침묵의 암, 조기 발견이 답
세계 폐암의 날…국내 암 발생 2위, 비흡연 여성 폐암 증가세
조리흄·미세먼지도 위험요인…"조기 발견하면 완치 기대"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매년 8월 1일은 '세계 폐암의 날'(World Lung Cancer Day)이다. 폐암의 위험성을 알리고 조기 검진과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12년 제정됐다.
폐암은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위협적인 암 가운데 하나다. 올해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신규 폐암 환자는 3만 2953건으로 전체 암의 11.4%를 차지해 갑상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했다.
남성에서는 2만 1846건으로 두 번째, 여성에서는 1만 1107건으로 네 번째로 많았으며 환자의 절반 이상은 60~70대에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폐암이 더 이상 흡연자만의 질환이 아니라며 금연과 정기 검진, 실내 공기 관리 등 예방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선량 CT 검사의 확대로 초기 폐암 발견이 늘고 최소침습수술과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 등 치료법도 빠르게 발전하면서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질환으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폐암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여전히 흡연이다.
김영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폐암 환자의 약 85%는 흡연과 관련이 있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라며 "흡연으로 손상된 폐는 표준 폐암 수술을 받더라도 장기 생존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흡연력이 없는 환자의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여성 폐암 환자 대부분은 비흡연자로 간접흡연과 미세먼지, 조리환경, 유전자 돌연변이 등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김민지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폐암 환자의 약 70~80%가 흡연과 관련이 있지만 흡연만으로 설명되는 질환은 아니다"라며 "간접흡연과 라돈, 대기오염, 직업성 분진과 석면, 디젤 배기가스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인 '조리흄'(cooking fumes)도 주목받고 있다. 조리흄에는 초미세먼지(PM2.5)와 질소산화물(NO₂),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여러 유해물질이 포함돼 장기간 반복적으로 노출될 경우 폐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폐암은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는 것도 특징이다. 폐에는 감각신경이 없어 암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침이나 객혈, 호흡곤란, 원인 모를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병이 진행된 사례도 적지 않다. 비흡연 여성 폐암도 특별한 증상 없이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영두 교수는 "저선량 CT 검사의 확대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 초기 폐암을 발견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며 "흡연 여부와 관계없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지 교수도 "폐암 고위험군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국가 폐암검진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저선량 CT 검사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폐암 치료도 조기 진단 확대와 함께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폐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저선량 CT를 통한 조기 진단이 늘면서 치료의 목표도 단순히 종양을 제거하는 데서 폐 기능과 삶의 질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가 최소침습수술의 확산이다. 흉강경과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수술은 기존 개흉술보다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면서도 치료 성적이 충분히 검증돼 현재 표준 치료로 자리 잡고 있다.
초기 폐암에서는 폐 전체를 절제하는 폐엽절제술뿐 아니라 폐의 일부만 절제하는 구역절제술도 표준 치료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간유리결절을 포함한 초기 1기 폐암에서는 적절한 환자를 선별할 경우 폐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폐엽절제술에 뒤지지 않는 치료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약물치료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진행성 폐암에서도 면역항암제나 표적치료제를 수술 전에 사용하는 선행치료가 확대되고 있으며, 수술 후에도 유전자 변이에 맞춘 표적치료를 시행하는 맞춤형 치료가 보편화되고 있다.
김영두 교수는 "폐암 치료는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연령과 폐 기능, 종양의 크기와 위치, 동반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적합한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심장혈관흉부외과뿐 아니라 호흡기내과, 종양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이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협진 시스템이 치료 성적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생활 속 예방도 폐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김민지 교수는 "실내 공기가 항상 깨끗한 것은 아니다"라며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라도 조리나 청소 등으로 실내 공기가 더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하루 여러 차례 짧게 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조리할 때는 배기형 레인지후드를 사용하고 조리가 끝난 뒤에도 10~20분 정도 환기를 이어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공기청정기는 초미세먼지 제거에는 효과적이지만 오염된 공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기능은 없어 환기를 대신할 수 없는 만큼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민지 교수는 "폐암 예방은 거창한 실천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며 "금연과 간접흡연 피하기, 조리 시 후드 사용과 환기, 정기적인 검진 같은 작은 생활습관이 폐 건강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두 교수는 "폐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만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고 진행성 폐암도 수술과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를 적절히 결합한 맞춤 치료를 통해 생존율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며 "증상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정기적인 검진과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폐암 극복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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