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마음만의 문제 아니었다…지방간 위험 최대 2.4배

국내 19~44세 성인 첫 분석…증상 심할수록 지방간 위험 증가
비만·이상지질혈증 동반 땐 연관성 더 커…"통합 관리 필요"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우울 증상이 있는 청년은 그렇지 않은 청년보다 지방간 위험이 최대 2배 이상 높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허연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상훈 의정부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남가은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2014~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에 참여한 19~44세 성인 7831명을 대상으로 우울 증상과 지방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1만 955명 가운데 B형·C형 간염 양성자와 중등도 이상의 음주자 등을 제외한 7831명을 분석했다. 우울 증상은 국제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PHQ-9(Patient Health Questionnaire-9) 설문을, 지방간은 지방간지수(HSI)를 이용해 평가했다.

지방간은 간세포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방치하면 지방간염으로 진행해 간경변이나 간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비만과 당뇨병 등 대사질환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질환으로도 알려져 조기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분석 결과 우울 증상이 있는 군(PHQ-9 10점 이상)의 지방간 유병률은 33.9%로, 우울 증상이 없는 군(23.8%)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사회경제적 요인과 생활습관, 동반질환 등을 보정한 이후에도 우울 증상이 있는 청년의 지방간 위험은 그렇지 않은 청년보다 약 2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우울 증상이 심할수록 지방간 위험도 함께 증가했다. 우울 증상이 거의 없는 군(PHQ-9 0~4점)을 기준으로 중등도 우울 증상군(PHQ-9 10~14점)의 지방간 위험은 약 1.95배, 중증 우울 증상군(PHQ-9 15점 이상)은 약 2.41배 높았다.

특히 비만이나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청년에서는 우울 증상과 지방간의 연관성이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대사적으로 취약한 청년일수록 우울 증상이 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기존 연구는 대부분 중·장년층이나 서양인, 특정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젊은 성인을 대표하는 표본을 활용해 우울 증상과 지방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허 교수는 "우울 증상은 단순한 정신건강 문제를 넘어 지방간과 같은 대사질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청년은 정신건강뿐 아니라 체중과 혈당, 지질 수치, 간 건강까지 함께 살피는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우울 증상을 보이는 젊은 성인을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향후 전향적 연구를 통해 우울 증상과 지방간의 인과관계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Psychiatry Research'에 최근 게재됐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