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살 감소? 청년·청소년은 늘었다…20년 내다본 정책 필요"
전상원 교수 "10대 역대 최다·40대 사망원인 1위…연령별 위기 여전"
"사회 관계 회복·인식 개선 병행하는 국가 프로젝트 추진해야"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자살률 하락 추세를 공고화하겠습니다. 자살을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범정부 역량을 총결집하고 있는 가운데 자살자 수는 지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범정부 차원의 자살 예방 대책 추진 성과를 이렇게 총평했다.
장관의 이 같은 발언 뒤에는 최근 집계된 감소 수치가 있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1만 4872명에 달했던 연간 자살사망자 수(잠정치)는 지난해 1만 3900명으로 972명 줄었다. 여기에 올해 1~4월 자살자 수 역시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2.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정부는 범정부 대응 노력이 성과를 거두며 자살률이 본격적인 장기 감소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국민생명안전위원회 총괄분과 위원)는 전체 감소 수치만으로 장기 하락 추세를 단정하기엔 이르다고 지적한다. 노인 자살은 줄었지만 청소년과 청년층의 위기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의 '2024년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10대부터 40대까지 사망원인 1위가 모두 자살로 나타났다. 특히 40대의 경우 기존 1위였던 암(25.9%)을 제치고 자살(자살률 36.2명)이 최다 사망원인으로 올라선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었다.
전체 자살자 수가 일부 감소했다는 지난해에도 청소년과 청년층의 수치는 바뀌지 않았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자살 사망자 수는 396명(잠정치)으로 역대 최다를 경신했고 교육부 집계 결과 초·중·고교 학생 자살자 수(243명) 역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체 통계가 주는 '감소'라는 착시 뒤에서 청소년과 청·중년층의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이 착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며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지 전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부는 자살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어떻게 보시나.
▶수치만 보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그림이 보인다. 가장 큰 변화는 노인 자살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가 노인 빈곤과 만성질환 관리에 예산과 정책을 집중한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20~30대와 청소년 자살은 오히려 늘었다. 전체 자살자 가운데 노인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 전체 수치는 감소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청년층 자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시간이 지나 다시 전체 자살률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노인의 경우 자살의 원인이 비교적 명확해서 '핀셋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었지만 청년은 다르다는 점이다. 노인은 경제적 어려움과 만성질환 관리만 잘해도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청년 자살은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 관계 단절, 사회적 고립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다. 몇 가지 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청소년과 청년 자살이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청소년은 학교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교우관계에서 오는 소외감이 큰 영향을 미친다. 예전에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어느 정도 개입해 아이들을 보호했는데 지금은 사건이 발생하면 징계하는 방식이 중심이 되면서 예방 기능은 약해졌다.
20~30대는 양상이 또 다르다. '열심히 살아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허무감이 크다. 집도, 결혼도, 안정된 미래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작은 좌절도 크게 다가온다. 여기에 SNS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사람들은 가장 행복한 순간만 SNS에 올린다. 이를 계속 보다 보면 모두는 행복한데 나만 뒤처진 것 같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관계의 단절이다. 과거에는 힘들면 가족이나 친척, 이웃, 친구가 붙잡아줬다. 지금은 대가족이 사라지고 개인주의가 강해지면서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점점 줄고 있다. 최근 무빈소 장례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비용 문제도 있겠지만 알리고 싶지 않거나 찾아올 사람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사회적 네트워크가 무너지면 위기 상황에서 혼자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도 커진다. 청년 자살 문제를 복지 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년 자살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자살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노인 자살은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희생적 성격이 강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면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청년들은 '내가 없어져도 세상은 그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 사람의 죽음이 가족과 친구, 주변 사람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남긴다. 외래에서도 친구나 지인의 자살 이후 우울증과 죄책감으로 치료를 받는 사례를 자주 본다.
특히 우리 사회는 자살을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겠느냐'고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물론 공감은 필요하지만 자살이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남기는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함께 자리 잡아야 한다. 자살을 단순히 제도로 막으려 할 것이 아니라 연령별 특성에 맞는 인식 개선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결국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힘들 때는 누구나 '왜 살아야 하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이나 보호요인을 미리 갖고 있는 사람은 위기를 견디는 힘이 훨씬 크다. 진료실에서도 자살 위험군에게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보호요인이다. 가족일 수도 있고, 이루고 싶은 목표나 소중한 추억일 수도 있다. 이런 이유가 하나라도 있는 사람은 극단적인 선택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우리는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삶의 의미와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부와 경쟁만 가르쳤지 왜 살아야 하는지,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런 교육은 위기에 닥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다양한 삶을 접하는 경험도 중요하다. 지금은 영상과 SNS 소비가 늘면서 서로 대화하고 배우는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삶의 의미는 혼자 배우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
-새 정부가 국민생명안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어떤 방향으로 가야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자살 예방은 2~3년 안에 성과를 내는 사업이 아니다. 최소 10~20년을 내다보는 국가 프로젝트로 접근해야 한다. 단기 성과를 내기 위해 마포대교 난간을 높인다고 자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다른 장소를 찾게 된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왜 죽고 싶어졌는지를 해결하는 것이다. 연령별 특성을 분석하고 사회적 관계 회복과 인식 개선 같은 근본 과제를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과 전문가가 함께 교체되는 구조로는 장기 전략을 세울 수 없다. 자살 예방은 특정 정부의 성과 사업이 아니라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돼야 한다. 정권과 무관하게 전문가 중심의 정책이 일관되게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979년 서울 출생 △잠신고 △한양대 의과대학 △고려대 의과대학 의학박사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범정부 생명지킴추진본부 위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 △대한노인정신의학회 정책이사 △국민생명안전위원회 총괄분과 위원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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