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급 국립대병원 키우고 공공의료 'AI 고속도로' 뚫는다(종합)

전국 대·중·소 진료권으로 재편…'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구축
'한국형 의료AI' 개발 본격화…응급·일차의료까지 AI 기반 진료체계

서울 양천구 목동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에서 환자가 구급차로 이송되고 있다. ⓒ 뉴스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강승지 기자 = 정부가 지역에 살더라도 골든타임 안에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 지역 국립대병원을 '빅5 병원' 수준으로 육성하고 전국 의료체계를 대·중·소 진료권 중심으로 재편한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지역의료 전반에 접목해 의료인력 부족을 보완하고 응급의료부터 동네의원까지 AI 기반 진료체계를 구축하는 전략도 함께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추진전략'과 'AI 기본의료 전략'을 발표했다.

지역의료 기반을 강화하는 하드웨어 전략과 AI를 활용해 의료서비스를 혁신하는 소프트웨어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 지역 의료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전략은 지난 21일 복지부 내 지역필수공공의료실이 신설된 이후 처음 공개된 종합 청사진이다.

손영래 지역필수공공의료실장은 "지역 필수 공공의료와 관련된 여러 정책 업무들이 분산돼 있던 것을 통합해 하나의 실에서 일관되게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번 전략을 바탕으로 필수의료 종합계획과 공공의료 기본계획 등에 세부 과제를 담아내겠다"고 말했다.

전국 의료체계 '대·중·소 진료권'으로 재편…국립대병원이 지역의료 축

정부는 의료기관 기능 중심이던 기존 전달체계를 환자의 중증도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대·중·소 진료권 체계로 전환한다. 대진료권은 고난도·중증질환, 중진료권은 중등도 질환, 소진료권은 경증 진료와 건강관리를 담당해 지역 안에서 대부분의 의료를 해결하는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진료권은 의료 이용 현황과 의료자원 등을 분석해 5년마다 지정·고시한다.

진료권별 의료체계(안). (복지부 제공)

대진료권의 중심은 지역 국립대병원이다. 정부는 5극3특 권역 국립대병원을 수도권 '빅5 병원'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임교수를 30% 이상 확충하고 암·심뇌혈관질환 전문센터 투자를 확대한다. 지역 병원 순환 수련과 전공의 정원도 20% 이상 늘리고, 내년 신설되는 1조2000억 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와 건강보험 재정을 집중 투입한다. 국립대병원에 대한 별도의 건강보험 평가·보상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중진료권에서는 지역거점공공병원과 포괄2차종합병원이 중등도 의료를 맡는다.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 등 지역거점공공병원의 인력과 시설·장비를 확충하고, 공공병원이 없는 비수도권 중진료권은 지자체와 협의해 확충 방안을 마련한다. 포괄2차종합병원도 현재 175곳에서 195곳으로 늘려 지역 입원·수술 기능을 강화하고, 분만·소아·심뇌혈관 등 필수특화 전문병원 지원도 확대한다.

소진료권에서는 공공보건의원을 새롭게 도입한다. 보건지소를 통합·거점화해 의료인력을 집중 배치하고 순회진료와 보건진료소, 비대면진료를 연계해 농어촌 의료공백을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도서·벽지에는 비대면진료 시 의약품 배송을 허용하고,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의사와 간호사 등 다직종이 참여하는 한국형 주치의 모델도 도입한다.

손 실장은 "지역 주민들께서 지역 내 의료기관이 충분히 안정화되고 양질의 의료를 제공한다고 하면 지역 내 의료기관을 이용하겠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70~80% 가까이 나온다"며 "지역 의료기관이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성장하도록 만드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수가·산모등록제 도입…필수의료 국가책임 강화

정부는 지역의료가 지속 가능하도록 재정 지원 체계도 전면 손질한다. 내년 1조2000억 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신설해 수도권에서 멀수록, 공공성이 높을수록 지원을 확대하고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에 맞는 의료정책을 직접 기획·집행할 수 있도록 재량을 넓힌다.

건강보험에는 연간 4000억 원 규모의 지역수가를 새로 도입한다. 인구감소지역 종합병원의 입원료와 진찰료는 5% 가산하고 비수도권 수술과 고위험 분만 등 필수의료에는 최대 100%까지 추가 보상을 적용한다.

양정석 복지부 의료체계혁신과장은 "국가 지원은 지방일수록, 필수의료일수록 더욱 우대할 것"이라며 "건강보험에서도 지역수가를 신설해 인구감소지역과 비수도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응급·분만·소아 등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도 확대한다. 중증응급의료센터는 2030년까지 60여 곳으로 늘리고 응급의료 이송체계 혁신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한다. 닥터헬기는 12대까지 확충하고 군·소방헬기와의 연계도 강화한다.

분만 분야에서는 취약지를 중심으로 산모등록제를 도입해 임신 초기부터 산전 진찰과 분만, 응급상황, 산후관리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외래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에는 순회진료를 실시하고, 타지역 분만에 대한 교통비와 숙박비 지원도 검토한다. 달빛어린이병원과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확대하고 인구감소지역부터 소아주치의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의료사고 안전망도 강화한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금을 최대 3억 원으로 확대하고 의료사고 책임보험을 도입한다. 응급·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는 최대 18억 원까지 손해배상을 지원하고, 중과실이 아닌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대해서는 형 감면과 기소 제한을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AI로 지역의료 혁신…응급부터 일차의료까지 지원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강화 전략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AI를 의료 현장 전반에 도입하는 'AI 기본의료 전략'도 함께 추진한다. 의료인력 부족을 보완하고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의료 접근성과 진료의 질을 높여 지역의료 혁신을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내년부터 전국 보건소와 보건지소 등 지역보건의료기관에는 진료·행정·건강관리를 지원하는 AI 패키지가 도입된다. AI 솔루션을 지역보건의료정보시스템과 연계해 의료진이 진료기록 작성과 건강관리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의료취약지 필수 진료과 의원에는 '일차의료 AX 바우처'를 제공한다. 재택 방문간호사가 AI를 활용해 원격지 의사와 비대면 협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동네의원에서는 AI가 환자 문진 결과를 자동으로 요약하거나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의료진의 진료를 지원한다.

응급의료 분야에서도 AI 활용을 확대한다. 구급대 이송부터 적정 병원 선정까지 실시간으로 지원하는 '응급 통합 AI 플랫폼'을 구축하고, 구급일지와 간호 초기 평가 등을 분석해 병상 배정과 치료 우선순위를 지원하는 응급실 특화 임상 의사결정 지원시스템도 개발한다.

응급 상황에서 필요한 의료정보 활용도 확대한다. 정부는 의식 소실 등으로 환자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사전 동의를 한 가입자에 한해 응급의료진이 '나의 건강기록(PHR)'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실시간 이송 정보와 병원별 진료 역량을 연계한 응급의료 정보망도 고도화해 전국 어디서든 적정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신속히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병원 간 진료정보 공유도 AI 기반으로 확대된다. 환자가 병원을 옮길 때마다 의료영상을 CD로 복사하거나 같은 검사를 반복해야 했던 불편을 줄이기 위해 PHR 플랫폼을 기반으로 진료정보를 공유한다. 처방전과 진료기록을 쉽게 설명해주는 '국민 AI 건강비서'도 도입해 의료정보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일 계획이다.

'공공의료 AI 고속도로' 구축 도식도.(보건복지부 제공)
공공병원 연결하고 '한국형 의료AI' 개발

정부는 지역 공공병원의 AI 활용 기반도 구축한다. 올해 하반기 권역·지역 책임의료기관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전국 72개 책임의료기관을 연결하는 '공공의료 AI 고속도로'를 구축해 표준화된 임상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방의료원의 전산시스템도 고도화하고 환자 진료부터 퇴원까지 AI가 지원하는 지능형 병원정보시스템 개발도 추진한다.

권역별 AI 특화병원 구축도 추진한다. 진단과 예후 예측 등 상용 AI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협진과 의뢰·회송 문서를 자동 작성하는 AI, 병실 모니터링과 AI 회진, 간호기록 작성 등을 지원하는 기술을 단계적으로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공공·임상·연구데이터를 결합한 국가 보건의료 데이터 허브를 구축해 국내 임상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한국형 의료 AI'를 개발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외국 AI 모델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기술로 지역·필수·공공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소버린 의료 AI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가명정보 활용 규제를 합리화하고 AI 기반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상체계와 의료 AI 윤리 지침도 마련한다. 안전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면서도 의료 AI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해결하겠다"며 "지역의료를 활성화해 목숨을 살리는 정부를 실현하고 5극3특 중심의 지방주도 성장을 함께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