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도 질 높은 중증 치료…지역 국립대병원 '빅5' 수준으로 키운다

전국 대·중·소 진료권으로 재편…'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구축
지역수가·공공보건의원·산모등록제 도입…필수의료 국가책임 확대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소방대원이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어디에 살든 골든타임 안에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의료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지역 국립대병원의 중증진료 역량을 수도권 '빅5 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전국 의료체계는 5극3특 대진료권과 70개 중진료권, 시·군·구 단위 소진료권으로 재편해 지역 안에서 중증부터 경증까지 치료를 마치는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지역수가와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산모등록제와 공공보건의원 등을 도입해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도 대폭 강화한다.

보건복지부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지역 완결적 의료공급체계 구축과 필수의료 국가책임 강화, 공공보건의료체계 혁신, 추진 기반 강화 등 4대 축을 중심으로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고 지역 의료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전략은 지난 21일 복지부 내 지역필수공공의료실이 신설된 이후 처음 내놓은 종합 청사진이다. 손영래 지역필수공공의료실장은 "지역 필수 공공의료와 관련된 여러 정책 업무들이 분산돼 있던 것을 통합해 하나의 실에서 일관되게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 전략들을 기반으로 필수의료 종합계획과 공공의료 기본계획 등에 내용을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진료권별 의료체계(안). (복지부 제공)
전국 의료체계 '대·중·소 진료권'으로…국립대병원이 지역의료 축

정부는 의료기관 기능 중심이던 기존 전달체계를 환자의 중증도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대·중·소 진료권 체계로 전환한다. 대진료권은 고난도·중증질환, 중진료권은 중등도 질환, 소진료권은 경증 진료와 건강관리를 담당해 지역 안에서 대부분의 의료를 해결하는 구조다. 진료권은 의료 이용 현황과 의료자원 등을 분석해 5년마다 지정·고시한다.

대진료권의 중심은 지역 국립대병원이다. 정부는 5극3특 권역 국립대병원을 수도권 '빅5 병원'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임교수를 30% 이상 확충하고 암·심뇌혈관질환 전문센터 투자를 확대한다.

지역 병원 순환 수련과 전공의 정원 배정도 20% 이상 늘리고 내년 신설되는 1조2000억 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와 건강보험 재정을 집중 투입한다. 국립대병원에 대한 별도의 건강보험 평가·보상체계도 마련한다.

중진료권에서는 지역거점공공병원과 포괄2차종합병원이 중등도 의료를 맡는다. 정부는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 등 지역거점공공병원의 인력과 시설·장비를 확충하고 진료역량이 부족한 농어촌 권역은 우선 이전·신축을 추진한다.

공공병원이 없는 비수도권 중진료권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확충 방안을 마련하고 포괄2차종합병원도 현재 175곳에서 195곳으로 확대해 지역 입원·수술 기능을 강화한다. 이에 더해 분만‧소아·심뇌혈관 등 필수특화 전문병원에 대한 지원도 늘릴 예정이다.

소진료권에서는 농어촌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공보건의원을 새롭게 도입한다.

보건지소를 통합·거점화해 의료인력을 집중 배치하고 순회진료와 보건진료소, 비대면진료를 연계하는 방식이다.

도서·벽지에는 비대면 진료 시 의약품 배송을 허용하고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점도 확대한다. 동네의원을 중심으로 의사·간호사 등 다직종이 참여하는 한국형 주치의 모델도 도입해 만성질환 관리와 예방 중심의 일차의료를 강화할 계획이다.

손 실장은 "지역 주민들께서 지역 내 의료기관이 충분히 안정화되고 양질의 의료를 제공한다고 그러면 지역 내 의료기관을 이용하겠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거의 70~80% 가까이 나오고 있다"며 "지역 내 의료기관들이 좀 더 충실하게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성장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5극3특 연계 특화 발전(안). (복지부 제공)
지역수가·특별회계 신설…응급·분만·소아 국가책임 강화

정부는 지역의료가 지속 가능하도록 재정 지원 방식도 전면 손질한다.

내년 1조2000억 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신설해 수도권에서 멀수록, 공공성이 높을수록 지원을 확대하고 지방정부가 지역 특성에 맞는 의료정책을 직접 기획·집행할 수 있도록 재량도 넓힌다.

건강보험에는 연간 4000억 원 규모의 지역수가를 새로 도입해 인구감소지역 종합병원의 입원료와 진찰료는 5% 가산하고 비수도권 수술과 고위험 분만 등 필수의료에는 최대 100%까지 추가 보상을 적용한다.

양정석 복지부 의료체계혁신과장은 "국가 지원은 지방일수록, 필수의료일수록 더욱 우대할 것"이라며 "건강보험의 경우에도 지역 수가를 신설하고 인구 감소지역, 비수도권에 대한 여러 가지 보상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응급과 외상, 분만, 소아 등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 책임도 강화한다. 중증응급의료센터는 올해 53곳에서 2030년까지 60여 곳으로 확대하고 응급의료 이송체계 혁신사업도 전국으로 넓힌다. 닥터헬기는 8대에서 12대로 늘리고 군·소방 헬기와의 연계도 강화한다.

분만 분야에서는 취약지부터 산모등록제를 도입해 임신 초기부터 산전 진찰과 분만, 응급상황, 산후관리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고위험 산모는 사전에 모자의료센터와 연계하고 외래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에는 순회진료를 실시한다. 타지역 분만에 대한 교통비와 숙박비 지원도 검토한다. 달빛어린이병원과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확대하고 인구감소지역부터 소아주치의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의료사고 안전망도 강화한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금을 최대 3억 원으로 확대하고 의료사고 책임보험을 도입한다. 응급·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는 최대 18억 원까지 손해배상을 지원하고, 중과실이 아닌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대해서는 형 감면과 기소 제한을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국립중앙의료원을 1000병상 이상 규모의 최상위 공공병원으로 육성하고 지역거점공공병원은 지역 여건에 맞게 기능을 고도화한다. 국립의학전문대학원과 지역의사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등을 통해 지역·필수의료 인력도 단계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해결하겠다"라며 "지역의료를 활성화하여 목숨을 살리는 정부를 실현하고 5극3특 중심의 지방주도 성장을 같이 이끌어가겠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