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진료지원 간호사 교육과 평가의 통합, 환자 안전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

간호법 시행에 따라 진료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를 위한 교육체계 구축이 보건의료계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진료 지원 업무는 의료현장의 인력 부족에 대응하고 환자에게 보다 안정적이고 연속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제도화된 영역이다. 그러나 제도의 성패를 좌우할 간호사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 및 관리 체계를 둘러싸고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진료 지원 간호사 교육과정 운영지원 및 수료증 관리 업무와 교육기관 지정 및 평가 업무의 담당 기관을 이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안은 진료 지원 간호사 교육의 질 관리와 교육 운영의 효율성에 심각한 커다란 문제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첫째, 교육과정 운영지원 업무와 교육기관 지정·평가 업무는 결코 인위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 교육과정의 충실한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교육기관이 갖추어야 할 제반 조건, 예컨대 교육 시설과 환경, 강사진의 자격, 교수 학습 방법 등을 세밀하게 평가하고 확인하며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기관 지정·평가 역시 단순한 서류 심사가 아니라 교육 내용과 운영체계, 실습환경의 적정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이며, 교육과정 운영지원 업무의 핵심적인 구성 요소라고 보아야 한다. 이처럼 교육과정 운영과 운영 기관 평가는 떼려고 하여도 뗄 수 없는 하나의 통합된 업무로 이해되어야 한다. 만일 보건복지부가 이 둘을 나누어 별도의 체계로 관리하려 한다면 이는 '역할 분담'이 아니라 오히려 두 업무의 유기적 연계성을 침해함으로써 업무의 혼란과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간호법 시행규칙은 진료 지원 업무 교육과정 운영 지원과 수료증 관리 업무를 간호 전문 기관이 수행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과정 운영 지원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교육기관 지정·평가 업무를 별도의 기관에 위탁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은 법령의 기본 취지를 거스르는 일이며, 제도 설계의 일관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둘째, 진료 지원 간호사 교육 체계를 구축함에 있어서는 각 업무를 가장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관이 해당 업무를 담당하게 할 필요가 있다. 진료 지원 간호사 교육에서는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 교육 기관의 지정과 평가, 교육 성과에 대한 질 관리, 교육 참여 간호사의 경력과 학습 이력 관리 등 여러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교육에 관련되는 기관이 다양하다고 하여 여러 기관에 업무를 적당히 나누어 주는 것은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국민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53년간 간호사 보수교육 인정평가 업무를 수행하며 전국 단위 교육관리 체계를 운영해 왔다. 교육과정 운영, 인정평가, 수료 관리에 이르기까지 간호 전문직 교육의 핵심 기능을 수행해 온 것이다. 이에 더해 지난 3년간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진료 지원 업무 수행 간호사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교육과정의 기본 체제를 제시하고 분야별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운영하며 여러 교육기관을 관리·지원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미 교육과정 운영과 기관 평가의 전문성과 역량이 충분히 검증되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진료 지원 업무는 간호사가 수행하는 고도의 전문 영역이다. 환자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임상적 판단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만큼, 어떤 역량을 길러야 하는지,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그 결과를 어떻게 검증할지를 가장 잘 이해하는 주체는 간호 전문직을 대표하는 대한간호협회일 수밖에 없다.

해외 사례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은 20년 전부터 인정간호사 제도를 통해 숙련 간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으며, 일본간호협회가 교육과정 개발부터 교육기관 인정, 자격시험, 자격 갱신까지 전 과정을 총괄한다. 미국 역시 미국간호협회 산하 ANCC(미국간호사 자격인증센터)가 중심이 되어 간호사 교육과 자격관리를 운영한다. 전문직이 교육 기준을 수립하고 역량을 검증하는 구조는 국제적으로 일반화된 표준이며, 이는 특정 직역의 이익이 아닌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국내에서도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다른 의료 직역은 교육과 자격관리 과정에서 전문직 단체의 자율성과 전문성이 제도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교육 기준을 마련하고 자격을 관리하는 것이 보편적 원칙이라면, 간호 분야에만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간호 전문성에 대한 제도적 신뢰는 의료서비스의 질과 환자 안전으로 직결된다. 교육과 자격관리는 특정 기관의 권한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을 좌우하는 구조적 문제다. 이제 정부는 진료 지원 업무 교육체계의 본래 목적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봐야 한다. 권한 분산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며, 전문성에 기반한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환자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과 평가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구조를 설계하고, 대한간호협회가 교육기관 지정·평가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명확히 해야 한다.

간호사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것은 특정 직역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 건강을 지키고 대한민국 보건의료 체계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책임 있는 선택이다.

sssunhu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