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검사 수가 조정해 필수의료 강화"…건보 구조개혁 시동(종합)
CT·MRI·혈액검사 등 과보상 분야 손질해 연 2조원 재원 확보
지역·응급·소아·분만 보상 강화…의료계·소비자단체 "방향성 공감"
- 천선휴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정부가 지역·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건강보험 수가 체계를 전면 손질한다. CT·MRI와 혈액검사 등 검체검사 수가를 조정해 확보한 연간 2조원 이상의 재정을 응급·중증·소아·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에 재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의료계와 소비자단체는 지역·필수의료 보상 강화라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충분한 재정 투입과 국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 공청회'에서 "정부는 '목숨을 살리는 정부'라는 방향 아래 국민 생명을 최우선으로 지역과 필수의료 강화 정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며 "건강보험도 지역·필수의료 중심으로 과감하게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안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 실현을 위한 조치로 지역·필수·공공의료 보상을 강화하는 대신 과도한 보상이 이뤄지고 있는 검사 분야 수가를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 장관은 이번 수가 개편이 단순한 건강보험 재정 조정이 아니라 지역·필수의료 정상화를 위한 종합 대책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국립대학병원설치법을 개정해 국립대병원을 지역 거점병원으로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필수의료법도 제정했다"며 "지역필수의료 인력 양성을 위해 지역의사제와 국립의학전문대학원 도입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또 "의료분쟁조정법을 개정해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중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산부인과와 소아외과 등 필수분야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최대 17억원까지 보장해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고 환자가 더 신속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의료체계 개편도 추진한다. 정 장관은 "중증 모자센터를 현재 2개에서 6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모자의료 협력체계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비수도권과 수도권 의료취약지에 대한 지역 우대 수가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응급 수술과 중증 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할 계획이다. 소아·모자의료 지원을 확대하고 20여 년간 사실상 동결된 진찰료도 손질한다.
정 장관은 "3분 진료라는 짧은 진료에서 벗어나 환자를 충분히 진료할 수 있도록 혁신하겠다"며 "지난 20여 년간 유지돼 온 진찰료 수가를 조정하고 심층적인 진찰과 상담을 통해 환자와 충분히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활 분야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정 장관은 "수술이나 질환 치료 이후 회복기에 필요한 재활과 퇴원 이후 재택치료까지 끊김 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재활치료 영역에 대한 보상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검체검사와 CT·MRI 수가를 조정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 비용 분석 결과 검체검사의 비용 대비 수익은 평균 190%, CT·MRI 검사는 평균 200% 수준으로 나타났다. 투입 비용이 100원일 때 각각 190원, 200원의 수익을 얻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유정민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현재 수가 구조가 검사 중심 의료를 유도하면서 필수의료 저보상 문제를 심화시켰다"며 "검사 분야 과보상은 조정하고 지역·필수의료에는 더 투자하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우선 비용 대비 수익이 150%를 초과하는 검사 항목 수가를 150% 수준까지 조정하고,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균형 수가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1단계 조정만으로도 연간 2조원 이상의 재정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토론에서는 검사 수가를 조정해 필수의료에 재투자하겠다는 정부 방향에 대해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다.
박진식 대한중소병원협회 부회장은 "중증·응급·저빈도 의료와 지역·취약지에 대한 보상 강화 방향은 바람직하다"며 "다만 상대가치 조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충분한 재정 투입과 환산지수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이사는 "국민들은 돈이 없어서 병원을 못 가는 것이 아니라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응급실과 소아과, 분만 가능한 병원을 제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환자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건강보험 재정만으로 해결하기보다 국가의 책임 있는 재정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 과장은 "수가를 조정하는 과정에서도 실제 필수진료에 더 많이 투입되고 검사도 적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살펴보겠다"며 "지역·필수의료를 강화하려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과다 지출이나 불필요한 이용은 줄이고 국고 지원 확대 방안도 함께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해 이달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수가 구조 혁신방안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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